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분장을 한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회원이 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7일 서 장관이 경기도의 한 냉동창고에서 수입쇠고기 검역시스템을 점검하던 모습을 풍자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광우병 ‘SRM’ 의심부위 수입 소식에 “불안하다”
우희종 교수 “유럽 기준에선 소의 대장도 위험”
대기업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소머리·대장 등을 대량으로 수입했다는 소식(<한겨레> 5월14일치 10면)에 시민들의 분노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농림수산식품부는 한국과 미국의 수입위생조건 기준으로는 대장과 볼살 등이 특정위험물질(SRM)이 아니어서 괜찮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15일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장의 경우 대장만 수입하고 있으며, 특정위험물질인 작은창자 끝부분은 수입에서 제외돼 큰 문제가 없고, 기타 부위로 횡격막·힘줄 등을 수입하고 있다”며 “우족은 기본적으로 특정위험물질이 아니고, 머리 부위는 광우병 위험성이 없는 볼살 부분만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편도, 소장원위부(작은창자 끝부분), 척추, 등배신경절, 머리뼈, 뇌, 안구, 척수 등 8곳을 특정위험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유럽연합은 십이지장부터 소장과 맹장, 대장과 직장 등 모든 내장을 특정위험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볼살은 특정위험물질은 아니지만 광우병 위험이 있는 부위다. 소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뇌나 안구 등 특정위험물질 부위에 있던 프리온(광우병의 원인 단백질)이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유사한 수입위생조건을 가진 대만은 2009년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내장 전체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대만은 국내법을 통해 미국산 소 내장 전체를 수입하지 않고 있지만 이 때문에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태도가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광우병 전문가인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과)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소의 대장이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특정위험물질에 대한 여러 국가의 기준 중 미국 것만 인정하겠다는 뜻”이라며 “유럽연합은 내장 전체와 머리의 경우 하악(아래 턱) 윗부분을 특정위험물질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실장은 “광우병이 많이 발생했던 시기에 조사를 해보니 작은창자 끝부분에 프리온이 다수 있는 것이 발견돼 대부분의 국가가 이 부위를 특정위험물질로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후 연구 결과 프리온이 내장의 특정 세포조직에서 증폭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세포조직은 소의 소장과 대장에 모두 존재한다. 따라서 내장 전체를 특정위험물질로 규정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불안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helle*****)는 “작년 509톤, 올해 413톤 수입이라, 혹시 내가 먹는 소머리국밥, 우족탕, 내장탕에 광우병이? 으 끔직 금일부로 채식!”이라며 불안해했다. 또다른 트위터 이용자(@hans******)는 “국민 속이는 정부가 진정한 에스아르엠! 대체 이들은 뭘 믿고 이러는 거지?”라며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현재 국제적으로 협력이 필요한 가축전염병의 관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소의 뇌, 두개골, 눈, 혀, 편도, 척수, 회장(작은 창자의 끝부분) 등에 대해 무역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각 국가별로는 독자적으로 에스아르엠 부위를 지정할 수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중단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