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예쁜 과시형 부인보다 똑똑하고 독립적인 부인 선호
저커버그 부인 챈도 남편 도우며 의사의 길 걸어
19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프리실라 챈 씨의 결혼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위터에는 “프리실라가 잭팟을 터뜨렸다”는 메시지가 떴다. 사람들은 기업공개로 200억 달러 부호가 된 저커버그 씨와 결혼한 챈 씨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챈 씨의 실제 모습은 남편의 재산에 기대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억만장자 부인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일 “챈 씨는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자신의 앞날을 개척하는 ‘독립형 실리콘밸리 와이프’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 준다”고 전했다. 과거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이 파티에 대동할 수 있는 출중한 외모의 ‘트로피 와이프’와 결혼해 자신의 부를 과시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 부호들은 자신의 일에 조언을 받을 수 있고 사업 아이디어도 제시할 수 있는 똑똑한 와이프를 선호한다는 것. 트로피(trophy)는 ‘전리품’ ‘노획물’을 뜻하는 단어로 ‘트로피 와이프’는 재력이나 권력을 가진 남자가 젊고 매력적인 여성을 아내로 삼는 것을 지칭한다.
최근 저커버그 씨가 페이스북의 장기기증 등록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의학대학원생인 챈 씨의 조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버드대 교내잡지인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저커버그 씨는 2005년 하버드대를 중퇴할 때 챈 씨에게 페이스북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미 의학도의 길을 걷고 있던 챈 씨는 거절했다. 챈 씨는 올가을부터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계획이다.
2007년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씨는 예일대 생물학 박사 출신으로 월가에서 생명공학 투자 분석가로 10년 넘게 일한 앤 워짓스키 씨와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워짓스키 씨는 결혼 후 DNA 검사회사인 ‘23앤드미’를 창업해 오히려 결혼 전보다 더 활동적으로 일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의 부인 매킨지 씨는 유명 소설가로 2006년 전미서적협회 최우수 도서상을 받기도 했다. 멀린다 게이츠 씨는 1987년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직후 빌 게이츠 당시 CEO와 사귀기 시작했고 익스페디아, 엔카르타 등 핵심 사업을 맡아 연이어 성공시키며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통하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트로피 와이프를 세 차례나 갈아 치웠으며 네 번째 부인과도 헤어져 현재 독신으로 살고 있다. 두 번째 부인은 회사 안내 데스크 여직원이었다.
동아닷컴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