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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

[온바오] | 발행시간: 2016.08.31일 16:08

일리야 벨랴코프(Ilya Belyakov)

[Korea.nte] 한국에 오래 사는 외국인들이 불편을 많이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부동산이다. 해외 전문가나 대기업 임직원으로 입사하는 전문 인력이면 숙소 문제를 다 회사측에서 해결해 주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학생이나 수많은 다른 신분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한국 부동산과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다. 한국 부동산 만의 특징이 있어서 한국인 친구 없이 해결하기 거의 불가한 문제다. 나도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주변 친구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첫 번째이자 제일 큰 문제는 바로 보증금 제도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대부분 다른 서양 국가에서 전혀 없는 제도인데다가 보증 금액은 아무리 월세라고 해도 꽤 높은 편이다. 요새 시세를 보면 제일 값싼 하숙집이나 대학가에 있는 작은 평수의 원룸은 보증금이 최소 5백만원으로 평균을 잡을 수 있다. 평수가 더 높거나 건물 자체 상태가 좋아질 수록 보증금은 배로 오른다. 단순히 한국말을 배우러 어학당에 온 평범한 학생이면 한번에 내기엔 힘든 금액이다. 전세는 말할 필요도 없이 외국인들에게 접근조차 불가한 제도다.

부동산과 관련된 법률은 복잡하다 보니 외국인들이 이해를 잘 안 못할 것 같아서 속이는 사기꾼들도 아쉽게도 없진 않다. 나는 직접 당해 본 적 없지만 주변 친한 친구 몇 명이 보증금을 못 돌려 받거나 집주인이나 부동산 담당자에게 협박까지 당해 집을 나간 친구도 있다. 이럴 경우에 제일 억울한 건 외국인을 보호하는 법이 없거나 법규 홍보가 제대로 안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집주인과 어떤 투쟁이라도 생길 경우 정부가 보증금 금액 최대 5천만 원을 보상해 주는 제도에 대해 얼핏 들어 본 외국인들도 있는데 이 법 대상자가 되려면 일자 확인을 꼭 받아야 하는 것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 부동산을 통해 집을 얻더라도 이 같은 법을 잘 알려주지 않는다. 또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한국말이 서툰 친구들은 계약서조차 안 쓰고 집주인의 말만 믿고 입주하는 사람을 몇 명 봤다. 집주인이 성실한 분이면 다행이지만, 외국인이라서 쉽게 속일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아쉽게도 봤다. 나는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국인 친구 도움 없이 집 둘러 보는건 시작하지도 말라고 항상 조언한다.

그러면 러시아에서 부동산 임대를 어떻게 할까. 우선 러시아에서 임대할 수 있는 부동산은 아파트밖에 없다. 주택도 있긴 한데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돈 정말 많은 엘리트라 이런 숙소에서 방 임대가 불가하다. 아파트와 같은 경우는 부동산 사무실을 통해서 찾거나 본인이 알아서 아는 지인을 통해서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광고 보고 찾으면 된다. 한국 부동산과 달리 부동산 수수료가 훨씬 더 비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도시마다 또는 도시 안에서도 동네마다 약간 다를 수도 있으나 대부분 경우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임대하는 아파트의 월세 두 달치 금액이다.

러시아 사람들한테 전세 제도가 낯선 이유는 러시아에는 전세가 없기 때문이다. 임대는 100% 월세식이고 보증금은 월세 한 달치 (드문 경우에는 3달치) 금액에 해당한다. 그리고 계약서상의 마지막 달에 월세를 안 내도 보증금액을 한 달치 월세로 쳐주니까 계약서가 만료돼서 나갈 때 임대자와 집주인은 서로 부담 없이 헤어진다. 이런 시스템에 익숙한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식 월세 보증금이나 전세 제도가 너무나 부담이 된다.

나도 한국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지금까지 월세로만 살아 왔다. 서울에 전세 살만큼 돈을 버는 건 꿈도 못 꾸고 외국인이라서 은행 대출이 불가능한 이유도 있다. 언젠가 서울에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어서 자기집 마련에 대한 꿈을 꿀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외국인으로서 서울에 집을 구하는 데 있어서 의외인 어려움이 하나 더 있다. 신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바로 창문 유무다. 나도 서울에 처음으로 방을 구할 때 아주 놀란 것은 창문이 없는 방도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러시아에선 상상도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후지고 낡은 건물이라도 방은 최소 창문이 몇 개 (항상 2개 이상) 있어야 하고 창문 바로 앞에 다른 건물이 해를 가리면 안 된다는 부동산 법률이 있다. 내가 자란 집은 언덕 위에 있는 아파트 건물의 꼭대기 층에 우리 동네가 다 싹 트인 아파트였다. 그래서 서울의 창문도 없는 하숙집 반 지하방을 처음 봤을 때 충격 받았다. 이게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지,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닌데 왜 나한테 보여 주냐고 부동산 아저씨에게 묻기도 했다. 땅이 좁고 넓은 건물을 지을 공간이 없다는 변명은 정말 변명인 것 같다. 땅이 부족한 것은 맞는 이야기지만 서울의 신도시나 위성도시에 짓는 아파트 건물을 보면 다 넓고 아주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한다. 문제는 땅이 좁은 게 아니라 그 땅 값의 부당 분배일 뿐이다.

누구나 크고 환한 집에서 살고 싶다. 낡은 건물들이 점점 없어지고 서울의 동네들이 재개발이 되어 앞으로 서울의 부동산 모습이 많이 변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나의 드림하우스를 마련할 때까지 열심히 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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