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보다 빠른 출시 위해 성능 점검 충분히 못해
리콜 과정, 소비자 안전보다 빠른 해결에 급급
[한국경제신문 ㅣ 이진욱 기자] 패블릿 시장을 선도한 갤럭시노트7이 생산 중단으로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해야 한다는 삼성전자의 조급증이 이번 사태의 결정적 원인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일 ‘갤럭시 노트7’ 교환품에 대해 판매와 교환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판매 재개 열흘 만인 지난 10일 생산 중단을 잠정 결정한 데 이어 제품의 판매까지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이번 결정은 한국국가기술표준원등 관계 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며 “최근 보도된 갤럭시 노트7 교환품 소손 사건들에 대하여 아직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제조사 간 지나친 경쟁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조사들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새 기능을 무리하게 탑재하고, 출시일까지 앞당기려다 보니 성능 점검을 충분히 하기 전에 제품이 시장에 나온단 얘기다.
갤럭시노트시리즈는 해마다 10월쯤 출시돼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과 경쟁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빨랐다. 삼성전자는 발표 시기를 평소보다 두 달가량 앞당기면서 애플의 '신작'과 경쟁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시장 선점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발과정은 문제가 없었지만 생산과정이 매끄럽게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결국 사달이 났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산과정까지 완벽한 점검을 하지 못해서 일어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갤노트6를 건너뛰고 갤노트7을 전격 출시했는데, 이는 성능 개선에 대한 암시와 자신감의 표시였으나 뭔지 모르게 다소 조급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의 최대 강점인 스피드를 더욱 강화한 것이었지만, 협력사들의 기초 체력과 스피드를 동반해서 키우지 않고 너무 독주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개 직후 갤럭시노트7 예약 판매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가 몰렸다. 이에 삼성전자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최대한 가동했고, 이 과정에서 공장과 인력에 과부하가 걸렸다.
실제로 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태는 배터리 용량 확대에서 비롯됐다는데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얇야지는 스마트폰에 배터리 용량을 무리하게 키워 배터리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 이 때문에 분리막 등이 손상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삼성으로서는 갤럭시노트7에 삼성SDI와 함께 배터리를 공급한 중국의 ATL에서는 아무런 불량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도 자존심 상하는 부분이다. 삼성이 중국에서는 갤럭시노트7을 정상적으로 판매하는 것도 ATL 배터리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조급하게 진행된 리콜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일 갤노트7 리콜 계획 발표 이후 한 달 안에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했던 삼성전자의 조급함이 결과적으로는 사태를 더 키웠다는 것.
IT업계 관계자는 "리콜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한 신속한 조치였다"며 "하지만 정작 안전보다 빠른 해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사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