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 예식장 전 사장 고모씨 등 성인 남자 세 명이 사망한 사건이 세간의 큰 관심을 끄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고씨에게 금품을 뜯어내기 위한 집단폭행과 이에 대한 고씨의 복수에서 빚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숨진 예식장 전 사장 고모씨(45)의 지인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0일로부터 나흘 뒤인 24일 고씨를 만나 사건의 전후 사정을 들었다며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A씨가 고씨를 만난 정황은 경찰도 인정하고 있다.
▲3월 22일, 4월 11일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적어도 지난 3월 22일부터는 살펴봐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정모씨(55)와 윤모씨(44)를 비롯한 8명이 이날 차량 두 대를 몰고 고씨의 차량을 추돌하는 등 납치를 시도했다는 것.
당시 고씨는 이 상황에서는 탈출했지만, 20여 일 뒤인 4월 11일 군산의 모처에서 괴한 6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하고 감금, 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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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상호저축은행 불법대출 건으로 검찰 수배를 받고 있던 고씨는 협박과 폭행에 시달리다 정씨와 윤씨에게 각각 10억원과 5억원을 빌려줬다는 허위 차용증을 쓰고 풀려났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고씨가 가족을 통해 경찰에 전달한 유서 형식 편지 중 '사실확인서'에 나오는 10억여원의 채무는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정씨와 윤씨, 그리고 다른 두 명
고씨는 편지에서 정씨와 윤씨 외에 다른 두 명을 지목하며 "악마 같은 존재", "죽어서 원혼이 되더라도 복수하겠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했다.
A씨에 따르면 고씨는 납치된 이후 윤씨를 만나 집단폭행의 배후에는 이 두 명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건이 발생한 4월 20일에도 고씨는 정씨와 윤씨 외에 이 두 명에게도 돈을 주겠다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이 두 명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4일 만난 자리에서도 고씨가) 사업을 하는 동안 수십억원을 뜯어간 사람들이 8명 있는데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했다"며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앞서 말한 두 명을 꼽았다"고 말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감금치사?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정씨와 윤씨는 납치 3일 뒤인 지난 23일부터 24일 사이에 숨졌다.
고씨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기충격기를 이용해 두 명을 차례로 제압한 뒤 결박해 냉동탑차 화물칸에 싣고 다녔다. 지난 23일 밤 고씨 역시 화물칸에서 잠을 잤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두 명이 숨져있었다는 것.
정씨와 윤씨는 청테이프로 코 부위를 제외한 얼굴 부분이 감겨 있었고, 숨쉬기가 힘들어 질식사했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도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청테이프로 얼굴을 감싸고 팔다리를 포박한 게 원인이 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내용이다.
▲양파같은 사건
이번 사건은 애초 채권채무관계에서 비롯된 납치, 살해라는 단순한 틀로 해석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납득되지 않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사건의 틀이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이 예식장의 고문변호사를 조사한데 이어 다음날 고씨의 부인과 아들, 처남을 조사했다. 그리고 27일 전주의 한 폭력조직원 H씨(39)가 사건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체포영장을 받아 조사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수협에 신탁담보돼 있던 이 예식장이 농협 근저당 대출을 통해 등기부등본 상 소유권 이전이 나타나는 등 시기적으로 미묘한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A씨는 "고씨가 자살했는지 아니면 타살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일련의 사건 뒤 고씨가 살아남을 경우 두려워하거나 반기지 않을 이들이 누구인지는 경찰이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