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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축구환상곡] '축구 철학자' 펩과 바르사의 아름다운 이별

[기타] | 발행시간: 2012.05.28일 00:00

[스포탈코리아] 2012년 스페인 코파델레이(국왕컵) 우승으로 FC 바르셀로나의 찬란했던 4년 간의 펩 과르디올라 시대가 막을 내렸다. 과르디올라(41)는 4년 간 참가한 19차례 대회에서 14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경이로운 성과를 내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1군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4년을 보낸 과르디올라는 바르사에서 치른 249경기에서 159승을 거뒀고 21번 밖에 패하지 않았다. 72%에 달하는 승률은 어떤 초보 감독도 첫 4년간 다시는 재현할 수 없을 만화 같은 기록이다.

과르디올라는 지난 2012년 1월 국제축구연맹(FIFA) 시상식에서 부임 25주년을 맞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16%), ‘스페셜 원’으로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주제 무리뉴 감독(12%)을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올해의 감독(42%)으로 선정됐다.

과르디올라의 성취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와 축구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볼을 다루는 작은 천재들과 함께 이룬 성과였다. 과르디올라를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라고 말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지만 그가 이끈 팀이 축구 역사상 최고의 팀 중 하나라는 사실에는 의문부호가 필요없을 것이다.

▲ 화려한 시대의 완벽한 대미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지휘 아래 바르사 만큼이나 인상적인 압박과 패스, 공격 효율을 보여준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와의 코파델레이 결승전은 과르디올라가 한 시대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가장 적합한 경기였다. 내용과 결과 모두 이 기념비적인 경기를 완벽하게 매듭지어줬다.

과르디올라가 발굴한 ‘해결사’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자신의 결정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두 골을 넣었고, 메시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천재적인 패스를 받아 경이로운 왼발 컨트롤에 이은 오른발 마무리 슈팅으로 자신의 시즌 73호골을 기록했다. 경기 시작 25분 만에 세 골이 터지면서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났다. 바르사는 자신의 스타일과 강력함을 과시하며 과르디올라 축구의 아름다움을 90분 동안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코파델레이 결승전에서 과르디올라는 두 명의 주전 풀백(다니 아우베스, 에릭 아비달)과 주장(카를라스 푸욜)을 부상으로 기용할 수 없었다. 현대 축구에서 전술적 가치가 굉장히 높게 평가되는 풀백 포지션의 이탈과 핵심 리더십 공백에도 과르디올라의 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유종의 미를 위한 마지막 경기였지만 주전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 대신 코파델레이에 늘 선발 기회를 제공하는 호세 핀토를 투입했다. 하지만 바르사의 경기력은 여전했다.

2011/2012시즌 라리가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동시에 놓치며 다소 지친 모습을 보였던 바르사는 시즌 최종전 이후 충분한 휴식을 갖고 치른 코파 델레이 결승전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축구를 선보이며 과르디올라의 고별전에 최고의 축구를 보여주었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차비 에르난데스는 여전히 최고 레벨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낡은 비센테 칼데론 경기장이 아름다워보였던 것은 순전히 바르사의 플레이 덕분이었다.

▲ 6관왕, 그리고 눈물

코파델레이 결승전에 참가한 14명의 선수 중 9명이 바르사 유스 출신이었다. 메시, 차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페드로 등을 앞세운 바르사는 과르디올라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과르디올라는 일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머릿속에 그리던 축구를 현실로 만들어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틀레틱 클럽과의 경기는 과르디올라의 이상을 압축해놓은 경기라 해도 무방했다.

과르디올라의 팀이 위대한 이유는 몇몇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적다는 것이다. 바르사는 볼을 다루기의 달인이 모여있는 팀이지만 강한 규율과 훈련를 통해 약속된 움직임, 전술적 준비가 대단한 팀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과르디올라는 아름다운 원석을 가지고 세계 최고의 보석을 세공해냈다.

전임 감독 프랑크 레이카르트가 호나유지뉴를 위시한 몇몇 선수들의 천재성에 의존한 축구를 구사했다면 과르디올라는 그보다 규율과 전술을 더욱 강조했다. 바르사B팀 감독으로 2007/2008시즌을 보내며 지도자 실전 수업을 마친 과르디올라는 2008년 여름 레이카르트가 떠난 팀에 호나우지뉴, 데쿠, 잔루카 참브로타, 릴리앙 튀랑 등 핵심 선수들을 떠나보내고 바르사 유스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짰다.

과르디올라가 승격팀 누만시아와의 라리가 개막전 첫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전 세계 언론이 경험없는 감독이 바르사의 암흑시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무리뉴 감독과 계약을 포기한 바르사 회장단은 잠시 후회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후 과르디올라의 팀은 경이로운 무패 행진을 달리며 모든 우려를 일축했다.

과르디올라는 1군 감독 부임 첫 시즌에 스페인 축구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라리가, 챔피언스리그, 코파델레이 우승)을 이뤘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2009년 두 개의 슈퍼컵과 FIFA 클럽월드컵 우승까지 이루며 전인미답의 6관왕을 달성했다. 세계 챔피언에 오른 것은 클럽 역사상 처음이었다.

멕시코 클럽 아틀란테와 아르헨티나 클럽 에스투디안테스를 제압하고 클럽월드컵 우승을 이루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필드 위가 아닌 벤치 위에서 연출됐다. 그 어떤 성공 또는 패배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던 과르디올라는 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을 보였다.

▲ 승리보다 철학을 중시했던 펩

축구계의 ‘사상가’로 불리는 요한 크루이프의 손에 자란 과르디올라는 바르사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누구보다 완벽한 경력을 쌓았다. 1991년 바르사B팀의 일원으로 스페인 3부리그 우승을 이룬 과르디올라는 이후 1군 선수로 보낸 11시즌 동안 6차례 라리가 우승과 두 차례 코파 델레이 우승, 네 차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우승과 한 차례 유러피언컵 우승(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지금은 유로파리그와 통합관 UEFA 컵우니어스컵과 UEFA 슈퍼컵 2회 우승 등 가능한 모든 우승 트로피를 경험했다.

감독 경력은 더 화려했다. 3차례 라리가 우승과 2차례 코파델레이 우승, 3차례 수페르코파와 두 차례 챔피언스리그, 2차례 UEFA 슈퍼컵과 클럽월드컵 우승으로 단 4년 만에 현역 선수로 이룬 트로피에 버금가는 이력을 쌓아올렸다. 그는 선수와 감독으로 무려 30개의 우승 타이틀을 새겼다.

수 많은 승리를 거뒀지만 과르디올라는 승리 보다 철학을 중시한 감독이었다. 과르디올라와 불화 끝에 팀을 떠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과르디올라를 “철학자처럼 보이고 싶어한다”며 비판했지만 실제로 과르디올라는 축구계의 철학자였다. 그는 바르사가 카탈루냐 민족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크루이프가 창조한 아름다운 축구의 철학이 바르사 클럽에 얼만큼 큰 의미를 가지는 지에 집중했다. 그 스스로도 크루이프의 축구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다.

과르디올라는 4년의 재임 기간 동안 매년 전술적으로 팀을 쇄신시켰다. 볼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였으나 매시즌 전형과 움직임, 플레이 방식은 진화해나갔다. 마지막 시즌에는 크루이프의 드림팀이 구사한 3-4-3에 대한 실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은 승리 자체를 위한 시도가 아닌 철학의 완벽한 구현을 위한 시도였다.

과르디올라는 “수 만가지 방식으로 승리할 수 있고 그 모두가 가치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그렇게 해선 안된다”는 말로 자신의 축구철학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6관왕을 이루며 눈물을 흘렸던 과르디올라는 4년의 아름다운 시절을 정리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모든 부담과 압박감을 내려놓은 듯 환하게 웃었다. 4년의 시간동안 30대에서 40대가 된 과르디올라는 수많은 영광과 트로피 만큼이나 많은 주름을 얻었다. 그는 열정의 재충전을 위해 최소한 1년 간 축구계와 떠나 있겠다고 말했다.

“지난 4년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모두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오늘까지 지난 4년간 이뤄왔던 것을 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준 작은 도움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건강의 문제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로베르토 디마테오 감독에게 단 1년의 단기계약만을 제시한 첼시를 비롯한 유럽 최고의 빅클럽이 과르디올라 감독을 노리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강한 매력을 느끼는 팀이 나타난다면 감독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어떤 팀에 매력을 느끼게 될지는 모르지만 과르디올라가 가장 매력적인 감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눈부셨던 시대, 잊을 수 없는 시절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잘가요, 고마웠습니다. 펩.” - 리오넬 메시, 코파 델레이 결승전 인터뷰

-sporta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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