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지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며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경험을 한다. ‘내가 뭘 찾고 있었지? 뭘 하려고 여기에 왔지?’ 방금 전의 일인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는 뇌기능이 저하됐을 때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치매는 뇌기능 저하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많은 사람이 치매에 대해 고민하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먼저 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 뇌를 건강하게 하는 다섯가지 생활습관
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의 생활습관이다. 뇌를 끊임없이 자극시키고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이다. 필자는 다섯가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뇌 건강을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영양섭취다. 우리 몸 전체 무게의 2% 정도에 불과한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체의 20% 이상이다.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뇌로 공급되는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뇌기능의 저하를 불러일으킨다. 뇌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는 해조류와 견과류, 버섯, 강황, 코코넛오일 등이 있다. 영양제로는 알파리포산, 비타민D 등의 섭취가 도움이 된다. 간식으로 레시틴이 다량 함유된 땅콩이나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공급하는 초콜릿 등을 즐기는 것도 좋다.
둘째,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은 새로운 뇌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 새로운 세포를 생산하지 않으면 뇌는 노화한다. 실험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운동은 기억에 관여하는 측두엽과 계획 및 판단에 관여하는 전전두엽을 자극해 새로운 세포를 생성시킨다. 특히 오랫동안 심박수를 높여 주는 유산소 운동은 신경조직의 발생 및 뇌세포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를 증가시킨다. BDNF는 새로운 뇌세포의 성장에 ‘비료’ 역할을 한다.
셋째는 늘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다. 다소 뜬금없어 보일 수 있지만 마음가짐은 분명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노엘 닐슨(Noelle Nelson)은 사의와 감사에 대해 연구했다. 노엘은 한 피실험자의 뇌를 두차례에 걸쳐 스캔했다. 처음에는 피실험자에게 인생에서 감사히 여겨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 30분간 곰곰이 생각하게 했다. 이후 피실험자의 뇌를 스캔하자 건강한 뇌의 모습이 나타났다. 며칠 뒤 노엘은 같은 피실험자의 인생에서 아주 두려운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기르던 개가 병에 걸려 죽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무서운 생각들을 잇따라 떠올리게 했다. 극단적인 생각에 이르렀을 때 스캔한 피실험자의 뇌는 측두엽과 소뇌 활동이 현저히 감소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넷째,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자세는 마음의 그릇’이다. 마음이 가벼울 땐 자연스럽게 가슴이 활짝 펴진다. 반대로 심란하거나 우울하고 풀이 죽어 있을 때는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고 등도 구부정해진다. 뇌기능의 저하는 평소의 자세와 많은 인과관계를 가진다. 자세가 반듯하지 않으면 에너지가 잘 통하지 않는다. 평상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에너지 순환이 원활해진다. 또 적당히 긴장된 자세를 유지하면 뇌도 적당한 긴장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항상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뇌에서 성장한 새로운 세포가 기존의 세포와 관계성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로운 신경세포들을 정신적이거나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자극하면 그 세포들이 다른 세포들과 연결되고 학습효과도 높아진다.
◆한의학에서 보는 뇌 건강
한의학에서는 뇌를 심장과 간 그리고 신으로 설명한다. 심장은 정신, 의식, 사유(思維)활동을 하며 간은 혈액을 저장하고 혈량을 조정하는 ‘간장혈’, 장기를 소통시키고 배설을 주관하는 ‘간주소설’ 등의 기능을 한다. 이 중 일부분은 뇌의 기능에 속한다.
신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호르몬인 ‘정’을 저장하고 골수를 생산하는데 신에 정이 부족하면 영유아의 대뇌발육이 장애를 받고 성인이나 노인들의 뇌기능이 감퇴한다.
뇌 건강을 위해 한의학에서는 원지 석창포, 신선초, 강황, 감국 등 10여가지 한약재를 처방하는데 이를 복용하면 치매예방, 기억력 증진, 뇌력발달에 큰 효과가 있다. 밤만 되면 헛것이 보이는 등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할머니를 치료한 적이 있는데, 이 약재들을 복용하고 두부(頭部)에 침을 처방한 뒤 증상이 사라졌다. 대뇌로 가는 뇌 혈류랑을 증가시킨 결과다.
뇌는 언젠가는 늙게 마련이다. 하지만 뇌의 생리를 알면 노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늙어서도 뇌 건강을 잘 유지시키면 예술적·정신적인 면에서 젊었을 때보다 나은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김용기 동성한의원 원장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