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어셔(Charles Usher)
10월이다. 10월 하면, 나는 미국인이라 할로윈이 떠오른다. 집집마다 다니며 ‘트릭 오아 트릿(Trick or Treat, 할로윈 놀이 풍습으로 ‘과자 안 주면 장난칠 것’이라는 의미)을 외치며 축제를 즐긴 후에도 오랫동안 마녀, 유령 분장을 하거나 공포 영화를 보는 등 할로윈의 공포를 계속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러진 않았다.
몇 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북한이 있다는 사실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지만, 한국에서 나를 정말 두렵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먹기가 너무 두려운 음식들이다. 한국음식을 정말 좋아하지만 한번 먹어보려고 시도했다가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다신 입에도 대지 않는 음식도 있다. 할로윈 시즌을 맞아, 한국에서 가장 무서운 음식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개불 (spoon worms)
연안의 사니질(沙泥質, 모래와 진흙이 섞인 토질) 속에 깊은 구멍을 파고 사는 개불은 남근처럼 생겼다. 생김새 때문에 남자들의 정력에 좋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한니발 렉터(Hannibal Lecter, 미국 공포영화에 나오는 잔혹한 살인마)도 이 이상하게 생긴 생물체를 보면 아연실색할 것이다. 개불은 보통 산 채로, 이탈리아 마카로니 일종인 리가토니(rigatoni) 크기로 썰어 먹는다. 절대로 먹어 보고 싶지 않는 음식이다.
먹장어 (hagfish)
또 다른 무시무시한 음식은 먹장어다. 개불처럼 먹장어도 남자들의 정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장어는 날것이 아닌, 요리를 해서 먹는다. 개불도 마찬가지지만 누가 내 앞에 먹장어 한 접시를 가져다 줘도 정말 먹고 싶지 않다. 먹장어는 장어처럼 생겼고 몸에서 점액을 분비해 물고기 속으로 미끄러져 파고들어가 내장부터 먹기 시작한다.
닭발 (chicken feet)
닭발을 먹어본 적이 있다. 먹기 두렵진 않지만, 왜 이런 음식을 먹는지 의아하긴 하다. 많은 한국인들이 닭발, 특히 매운 닭발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서양인들처럼 나 역시 닭발은 ‘이상한’ 음식이다. 미국 시인 겸 소설가인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의 시에 나오는 유명한 글귀 ‘그곳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There’s no there there)’ 처럼, 살점이라곤 전혀 없고 물렁뼈와 뼈만 있는 닭발을 사람들은 뼈다귀에 환장한 개처럼 구석구석 발라내 먹는다.
엽기 떡볶이
물, 고추장, 설탕, 그리고 입맛에 따라 한 두 가지 재료를 더 추가해 만든 떡볶이를 좋아한다. 매우면서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한번은 여자친구를 따라 ‘엽기 떡볶이’, 줄여서 ‘엽떡’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정말 큰 실수였다. 일반적으로 떡볶이 소스가 오렌지 색이라면, 엽떡은 암적색(burgundy)이다. 평소에 매운 음식을 즐기지만 엽떡의 매운 맛은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다. 맵기도 하고, 떡도 잘 씹히지 않아 빨리 넘길 수가 없다. 고통스럽게 배운 교훈이었다.
홍어 (fermented skate)
전라도의 명물인 홍어는 삶은 삼겹살과 김치에 같이 싸서 먹거나, 회로 먹는다. 지금껏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먹기 힘든 음식이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알려진 한국이란 나라에서 이렇게 톡 쏘는 냄새가 나는 음식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을 정도다. 홍어는 소변을 보지 않는 대신 피부를 통해 요산을 분비해낸다. 그 이유로 홍어를 삭히면 암모니아가 생성된다. 암모니아는 홍어의 살을 보존하면서도 정말 톡 쏘는 암모니아 화학 냄새를 낸다. 빅스 바포럼(Vicks Vaporub, 기침완화 연고)를 바른 타이어를 먹는 맛이라고 할까.
산낙지 (live octopus)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맛에 너무 예민하거나,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외국인이라고 생각할 까봐, 내가 먹어본 것 중에 처음엔 정말 이상하고 먹기 무서웠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바로 산낙지다. 산낙지를 먹는다고 들었을 때 처음에는 혐오감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혼자였다면 주문하지도 않았을 텐데, 같이 간 외국인 친구가 생일 기념으로 산낙지를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도전해봤다. 포장마차 사장님이 가위로 잘게 썬 산낙지를 칠리소스와 참기름에 버무려 내왔고 촉수가 꿈틀대는 조각 한 점을 입 안에 넣었다. 놀랍게도 정말 맛있었다. 범선(schooner)을 타고 들이마시는 산뜻한 바람처럼, 매우 신선하고 바다내음이 가득한 맛이었다.
올해 집 문을 두드리며 과자를 달라는 아이들이 찾아오면, 이 무시무시한 여섯 가지 음식을 줘봐야겠다.
이 글을 쓴 찰스 어셔는 여행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 손지애 코리아넷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