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박빙의 상황, 유느님이 해결한다'
국민MC 유재석은 팬들 사이에서 ‘유느님’으로 통한다. 안티 팬도 적을뿐더러 오랜 시간 꾸준히 변치 않는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에도 이 같은 유느님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유느님은 KIA 타이거즈 유동훈이다. KIA 셋업맨이었던 유동훈은 병역파동 등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200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며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소방수로 전업한 그는 무려 57경기에 등판해 6승2패 2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0.53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받는다. 강력한 선발진에 비해 불펜이 약했던 소속팀 입장에서 유동훈의 활약은 가뭄 속의 단비였다.
2009년에 유동훈이 있었다면, 2012년엔 LG 트윈스 유원상(26)이 있다. 지난 시즌까지 주로 선발로 뛴 그는 올 시즌 중간계투로 보직을 바꾼 뒤 잠재력이 폭발했다. 중간진이 약한 LG는 접전이 펼쳐지면 여지없이 유원상을 투입한다.
경찰청 유승안 감독의 아들로 아마 시절부터 거물급 투수로 분류됐던 유원상은 2006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 단 한 시즌도 좋은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한화에 입단할 때만 해도 한기주-류현진-나승현 등과 자웅을 겨룰 대형 신인으로 각광받았지만 ‘널뛰기 피칭’으로 일관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5억 5000만원의 계약금에서도 알 수 있듯, 내심 그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려했던 한화는 결국 그를 포기하고 LG로 트레이드했다. 그러나 현 소속팀 LG에서는 유원상의 장단점을 잘 파악했다.
구종이 단순하고 집중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에 차명석 투수코치는 유원상과 상의 끝에 중간계투로 보직 변경을 결정했다. 짧은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가장 자신 있는 직구와 슬라이더 조합의 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복안이다.
현재까지의 성적만 놓고 볼 때, 결과는 대성공이다. 올 시즌 24경기에 등판해 33.1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1.35(2세이브 9홀드)의 짠물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것.
지난 26일 KIA전에서 2실점하기 전까지 14경기 연속 무자책점 행진을 벌였을 정도로 상승세 또한 가공할 만하다. 30일 사직구장서 열린 롯데전에서도 4-3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7회말 2사 2루에서 구원 등판, 전준우를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승리에 일조했다.
유원상은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해 어느덧 앞서는 경기를 마무리 짓는 필승조가 됐다. 현재 LG에서 가장 믿을만한 불펜 투수로는 봉중근을 제외하면 단연 유원상을 꼽을 수 있다. 당초 기대치를 떠올릴 때, 매우 큰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유원상의 슬라이더는 국내 최고 우완투수 윤석민과 비교될 정도의 위력을 자랑한다. 140㎞에 육박하는 슬라이더가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들면 방망이가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150㎞대의 묵직한 직구도 장착, 중간계투로 나왔을 때 그를 공략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최근 LG팬들 사이에서는 행복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이기는 경기마다 등판하다보니 과부하가 염려되는 상황. 26일 KIA전에서 실점을 허용한 것도 체력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과연 유원상이 불펜 고민에 시달렸던 LG의 ‘전천후 믿을맨’으로 올 시즌을 꾸준히 책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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