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칼럼 > 칼럼
  • 작게
  • 원본
  • 크게

홈스테이와 정(情)

[온바오] | 발행시간: 2016.11.23일 16:01

다리아 토도로바

[Korea.net]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문화 중 하나로 ‘정(情)’을 꼽는다. 정이라는 말을 하나의 뜻으로만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굳이 개인적인 정의를 내려보자면, 정이란 건 ‘누구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행하게 되는 선의의 행동’이 아닐까 싶다.

사실 러시아는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친절함’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습을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지만, 서방의 여느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에서 비롯된 정을 찾아볼 수 있다.

모스크바에서 대학교 2학년을 마쳤을 때의 일이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갈 기회가 있었던 나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한국을 방문해서 직접 문화를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당시 문화를 체험하기에는 홈스테이 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아는 친구를 통해 한 한국 친구의 연락처를 알게 됐다.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이이긴 해도 전혀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을 홈스테이를 통해 받아들여준다는 것은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홈스테이 방식은 사실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형태의 문화였다. 그럼에도 나를 받아들여주고 소중한 추억들을 남겨준 그 가족에게 나는 아직까지도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홈스테이 기간은 총 한 달이었다. 그 당시는 한국어를 지금처럼 유창하게 하진 못했기에 처음에는 대부분의 의사소통을 영어로 했고, 이마저도 가족 중에 영어를 잘하던 아들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아들 외에는 소통이 잘 안 돼서 서로 얘기도 못 하고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다. 물론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어도 늘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국의 가정을 체험해보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함께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고, 주말이면 한국의 여러 곳을 둘러보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었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처음으로 등산을 해봤던 일이었다. 내가 살던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산이 없어서 등산을 해 본적이 없었기에 상당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교회도 가보았다.

그렇게 한 달의 홈스테이 생활을 끝내고 러시아로 돌아왔지만, 그 후에도 한국 유학생활 동안 자주 만나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외국인이고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나에게 순수한 친절함을 베풀어주시는 모습에서 나는 한국의 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요즘의 한국에서는 점점 개인화되고 있는 사회로 인해 이런 따뜻한 정을 느낄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한 가정에 수십 명의 가족이 모여 생활하던 대가족이라는 가족 형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적은 인원으로 구성 된 소가족이라는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빠른 경제적 발전과 함께 찾아온 세대간의 갈등과 개인주의 또한 늘어났는데, 이로 인한 믿기 힘든 사회문제에 관한 소식들도 예전에 비해 자주 접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대가족 형태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던 사회화의 과정이 사라지고, 이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을 시간도 없이, 한국 사람들은 너무 빨리 학업과 취업이라는 심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물론 단순히 한두 가지 근거로 이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부분이 요즘 사회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능력의 부족과 정의 부재를 불러 온 것이 아닐까 싶다.

점점 흐릿해져 가는 정 문화를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다리아 토도로바씨는 모스크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강사로 일하고 있다.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100%
10대 0%
20대 0%
30대 10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지난해 8월 비연예인과 결혼했던 가수 백아연이 이번에는 임신소식을 전해 많은 축하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백아연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임신 5개월 차 초음파 사진을 공개했다. 그녀는 "저희 가족에게 선물같은 아기천사가 찾아왔다"며 임신소식을 전했다. 이어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브리트니 스피어스, 남친과 몸싸움 끝에 구급대 출동" 무슨 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남친과 몸싸움 끝에 구급대 출동" 무슨 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남친과 몸싸움 끝에 구급대 출동"[연합뉴스]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42)가 호텔에서 남자친구와 몸싸움을 벌이다 가벼운 상처를 입어 구급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미 CNN 방송과 연예매체 페이지식스 등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5살때 母 교통사고, 얼굴 몰라" 선예, 안타까운 가정사 고백

"5살때 母 교통사고, 얼굴 몰라" 선예, 안타까운 가정사 고백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자신의 가정사를 언급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시즌3' 에서는 2000년대를 강타한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출연했다. 이날 선예는 자신의 가정사를 언급하며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고 해

"자식들이 날 돈으로 봐" 전원주, 금 10억원치 있지만 '마음은 공허'

"자식들이 날 돈으로 봐" 전원주, 금 10억원치 있지만 '마음은 공허'

재테크 고수로 알려져 있는 배우 전원주가 "가족들이 나를 돈으로만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고민을 털어놔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억대 자산가 국민 배우 전원주가 방문해 근황을 전했다. 이날 전원주는 오은영 박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