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성인용 화보 서비스를 이용했다며 대금이 청구된 것이다.
A씨가 이동통신사에 민원을 제기하자 통신사는 결제대행사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결제대행사는 다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의 연락처를 말해줬다. A씨가 해당 업체에 강력히 항의하자 이 업체는 합의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제시했다.
A씨에게 합의금을 건넨 업체는 모바일서비스업체인 D사. 이 업체는 휴대전화결제시스템을 조작해 A씨 외에도 사용자 수만 명의 소액결제대금 수억 원을 빼돌려온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D사는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했다. 무선망 결제 대금이 3000원 미만인 경우 이동통신사에서 별도의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1000원 미만의 금액에 대해서는 결제 내역을 SMS(문자메시지)로 통보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모바일 서비스대금의 복잡한 결제과정도 범행에 한몫했다.
사용자들이 허위청구사실을 의심해 이동통신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더라도 이동통신사는 결제대행사에게, 결제대행사는 다시 사업자에게 책임을 넘겼다. 이런 복잡한 과정 때문에 환불을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금액은 대부분 1인당 수천원 수준"이라며 "요금이 청구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의심은 됐지만 자신이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기억하기도 힘들어 항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사기수법이 발각됐을 때 D사의 대응법도 대담했다.
사용자들이 허위청구를 문제 삼아 환불을 요구하면 "예전에 모바일 화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성인 서비스 이용사실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피해자들은 범행을 문제 삼지 못했다.
D사는 또 A씨 같은 사용자에게는 합의금을 제공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방식으로 D사가 챙긴 돈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2억8700만원, 본인도 모르게 서비스 이용대금을 떼인 사용자는 2만2000명이 넘었다.
검찰 관계자는 "항의하는 피해자들에게 요금이 잘못 부과된 것처럼 환불해주기도 하고 100만원을 주고 합의를 보기도 했다"며 "허위 부과된 이용대금을 돌려받은 사람은 피해자 중 20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김봉석)는 D사 대표 김모씨(29)를 구속 기소했다. 김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또다른 김모(33)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달아난 공범 이모(39)씨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리고 신병을 쫓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휴대전화 소액결제의 경우 금액과 상관없이 SMS통보를 하도록 해야한다"며 "감독당국은 SMS통보조항을 생략하는 일부 결제대행사를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