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미모의 수화통역사가 처음 등장했다. 청각장애 2급인 노인영(27)씨다.
노씨는 지난 4일부터 항공 서비스업체인 에어코리아의 수습직원으로 인천공항에 출근하고 있다.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의 위탁을 받아 발권(發券), 라운지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회사다. 노씨는 평상시엔 회사 홍보와 홈페이지 관리 업무를 하다가 청각 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한다는 제보를 받으면 달려간다.
노씨는 작년 열린 청각장애인 미인대회 '미스 데프(deaf) 코리아'에서 진(眞)에 오른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그해 세계 대회에선 3등을 했다.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국가 공인 비서 자격증(2급)도 땄다. 그는 "현실적으로 비서 일을 하기는 어렵지만 어릴 때부터 꼭 하고 싶었던 일이라 도전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태어날 때부터 청각 장애를 가졌지만 일반 초·중·고교를 다녔고 사이버 대학에서 한국무용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작년 6월엔 한국농아인협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한복을 입고 태평무(太平舞)를 췄다. 교수가 시범을 보이면 마음속으로 장단을 세며 따라 연습했다고 한다. 청각장애인 복지시설에서 공연 봉사를 하기도 했다.
그가 공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작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중증 장애인 일자리 마련 토론회에 참석한 게 계기다. 노씨는 이 자리에서 취업 성공 사례를 발표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원에게 "나도 일하고 싶다"고 지원했고, 공단은 그의 경력을 고려해 인천공항을 소개해줬다. 그는 올해 2월 에어코리아에 이력서를 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는 그의 취업을 성사시켜 준 결정적 기회였다. 노씨는 공단과 대회 조직위원회 도움을 받아 인천공항에 안내 데스크를 차렸고, 23개국 1500여명의 청각 장애인 선수들을 숙소까지 안내했다. 살가운 그의 모습에 회사가 감동했고 그렇게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게 됐다.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를 목표로 연습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청각 장애인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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