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코스닥업체 엔케이바이오(019260) (518원▲ 0 0.00%)는 K씨에게 매각됐다. K씨는 220만8069주를 주당 3750원에 인수, 최대주주가 됐다. 기존에 최대주주였던 조성훈 바이오쎌 대표, 오다하루노 오다클리닉 원장은 경영에서 손을 뗐다.
K씨는 인수 이후 장내매수, 신주인수권 취득 등을 통해 지분을 불렸고 2008년 전격적으로 회사를 매각했다. 매각 상대방은 또 다른 코스닥업체 큐리어스(045050) (295원▼ 21 -6.65%). K씨의 보유주식은 이때 862만5789주(21.93%)로 늘어나 있었는데, 주당 4100원에 팔았다. 1600원의 가격에 장내매수한 주식도 있었으니 1년여만에 상당한 차익을 냈을 것으로 짐작된다. K씨는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데 K씨는 엔케이바이오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었다. 직원들에 따르면 K씨는 이후로도 엔케이바이오를 자주 찾았고, 직원들은 그를 계속 '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했다. 이는 경영권을 매각한지 4년이 된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K씨는 엔케이바이오, 큐리어스는 물론 지난해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주주가 된 스템싸이언스(066430) (637원▲ 4 0.63%)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전직이 사채업자인 그는 자신의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해 경영권을 행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K씨는 엔케이바이오, 스템싸이언스 간에 바이오 자회사(이노메디시스) 지분을 주고받으며 이른바 '바이오 테마'를 일으켜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K씨가 이 회사들을 손아귀에 쥐고 있었다는 증거는 또 있다. 큐리어스는 2008년 엔케이바이오 지분을 K씨에게서 인수했는데, 넘겨 받은 이후로도 엔케이바이오 지분을 K씨의 개인빚 담보로 제공하고 있었다. 심지어 K씨의 개인 회사로 추정되는 한울에스티이앤지에도 담보를 제공했다. 이 지분들은 대부분 반대매매됐거나 반대매매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스템싸이언스도 최근 최대주주 보유 물량보다 많은 지분이 반대매매되며 '주식의 주인이 누구냐'는 의혹이 일었다. 회사측은 "최대주주쪽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는데, 정황상 K씨 지분이거나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지분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매매된 창구가 K씨의 주 거래처인 S저축은행인데다 K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도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코스닥업계 관계자는 "사채업자가 빚을 못 갚은 상장사들을 '접수'하고 M&A 테마를 일으켜 본전을 뽑은 뒤 횡령하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며 "큐리어스 또한 엔케이바이오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모두들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무로 얽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K씨는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명수배해놓고 있다. 2010년 추진된 231억여원 규모의 엔케이바이오 유상증자 대금 중 100억원 가량을 빼돌린 혐의다. 엔케이바이오 윤모 대표이사는 66억원 횡령 혐의로 현재 구속 기소돼 있다.
엔케이바이오, 큐리어스 내부에서는 윤 대표 또한 피해자라고 인식되는 분위기다. 증권사 출신의 윤 대표는 K씨에 의해서 '바지사장'으로 임명됐다. 한 회사 관계자는 "K씨를 끝까지 믿었는데 K씨가 홀로 도주하면서 혼자 뒤집어쓴 사례라고 내부에서 얘기한다"고 말했다.
엔케이바이오는 1분기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436억원으로, 횡령금액이 자기자본의 10%를 훌쩍 넘는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가능성이 있는 것. 이 자본이 고스란히 사라질 경우 관리종목, 환기종목인 큐리어스, 스템싸이언스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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