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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되려던 중2 아들 떡집일 10년만에…

[기타] | 발행시간: 2012.06.26일 08:30

'꿈'은 '조폭'이었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잡았던 목표는 '싸움 아니면 공부에서 1등 '. 적성에 맞지 않았던 '공부' 대신에 '주먹'을 휘두르는 일이 잦았다. 왕성한 혈기를 발산할 대상이 없었다.

15세 되던 중학교 2년 때. 목욕탕에서 아버지가 말했다. "사고치지 말고 내 뒤를 이어 떡 배워라." 엄했던 아버지 말을 거절하지 못했다. 4형제 가운데 어렸을 때부터 가장 손재주가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아버지는 일찌감치 가업을 잇게 할 작정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 힘들게 떡 일을 하는 것을 보고 군소리없이 떡물을 만졌다. 10년이 흘렀다. '문제아'는 이제 최연소 대한민국 '떡 명장' 자리에 올랐다. 반 강제로 시작한 떡집 업무. 이제는 '천직'이 됐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경기떡집'의 최대한씨(26)는 이제 집안의 자랑이다. 아버지 최길선(60)씨가 운영하는 떡집 입구에는 '명장선발대회 대상'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대한씨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아버지가 창업한 '경기떡집'은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떡집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기에 아들까지 명장이 됐으니. '명장의 떡집'이라는 후광효과에 손님들의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

가업을 물려받은 이후 어린 나이부터 치열하게 살았다. 떡집 업무는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새벽 2시~3시 사이에 일어나 약 6시간 동안 하루 종일 그날 판매할 떡을 만든다. 주문량이 많으면 전날 오후 11시부터 날을 꼬박 새기도 한다. 대목인 추석, 설날 등 명절에는 근무시간이 '24시간'이다.

그럼에도 다른 일을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떡을 위한 외길을 걸어왔다. 대학에 진학한 또래들이 학점과 토익에 묶여있을 때 그는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 좋은 쌀과 콩을 걸러 낼 수 있는 안목을 길렀다.

아직 '피끓는 청년'. 불만이 없지는 않았다. 대학 간 친구들이 MT가고 미팅을 다닌다고 자랑할 때면 부럽기도 했다. 자신은 새벽 일찍 떡 준비를 해야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형과 동생이 밤늦게까지 TV를 볼 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떡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다고 했다. 떡 연구의 즐거움은 이같은 아쉬움을 잊게 만들었다. "떡에서 새로운 점을 발견할 때마다 찾는 재미"를 말할 때에는 표정이 밝게 풀렸다.

"같은 종류의 떡이라도 색감과 질감이 모두 다릅니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기 시작하며 떡 만드는 게 천직임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떡이라는 게 틀에 얽매이기보다 여러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날마다 새롭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단호박소담떡'. 치열한 연구의 결과였다. 생 호박으로는 떡의 질감을 살리기 힘들기 때문에 호박떡은 호박가루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는 1년이 넘는 시간을 바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생 단호박을 이용해 맛을 극대화 시키면서 찰진 질감도 살아있는 떡을 만들어 냈다.

'단호박소담떡'은 최씨를 최연소 떡 명장 반열에 올렸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떡 명장 선발대회'에서 이 떡을 통해 대상을 수상했다. 보통 40~60대의 경력자들이 받는 명장 칭호를 약관의 나이에 획득했다. 먹기 좋고 탐스럽다는 의미의 순 우리말 '소담'의 의미를 살렸다.

그는 명장 자리를 "오르기에는 너무나도 높아 보였던 자리"였다고 했다. 명장이 된 이후 삶은 다시 바뀌었다.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각종 강의 문의가 쇄도했다. 이제는 강의 때문에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난 5월부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로 설명회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말주변은부족하지만 그의 강의는 인기가 좋다는 평가다. 청소년들을 이끌고 온 교사들로부터 직접 전화로 "강의가 재밌었다"는 찬사도 이어졌다. '떡'이라는 주제와 '주먹 좀 썼던' 과거 이력이 청소년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떡을 만들 때는 한 가지 원칙을 꼭 지키고 있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쓰는 것. 떡의 경우 재료의 질이 맛, 색, 질감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만족감과 자존심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단호박소담떡'도 좋은 재료를 떡에 활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만들어낸 작품.

이같은 원칙은 아버지에게 받은 영향이라고 했다. 2008년 떡 재료의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아버지는 '신뢰'를 위해 고가의 쌀과 국산 잡곡을 고집했다. 적자 때문에 은행에서 5000만원을 빌려 떡을 만들어야 할 지경에 빠졌어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믿고 따를 만한 롤모델은 당연히 아버지입니다. 30년 경력의 아버지는 주문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와도 막히는 법이 없어요. 같은 상황에서 저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냉수에 머리박고 있을 정도로 당황합니다. 아버지의 노련함은 여전히 마법처럼 느껴집니다. 아직 멀었어요."

젊은 나이에 '명장' 칭호를 받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 다음 도전은 '떡의 세계화'. 국제적인 규모의 디저트 경연 대회에 출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계의 각종 디저트들과 자웅을 겨룰만한 떡 개발 구상에도 들어갔다.

"모자라는 실력에도 떡 명장이 됐습니다. 아직까지는 틀에 박힌 떡을 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심이 커요. 기회가 되면 한국대표로 세계의 음식들과 겨뤄 떡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 MTO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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