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리미티드파트너·사모펀드 일반참여자)들의 무한사랑이 부러울 정도죠."
'유통 대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김병주 회장(사진)에 대해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평이다. 그는 "김 회장은 펀딩 능력 하나는 최고"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또 한 번 IB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유통 골리앗'이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매물 마다 인수 후보 '0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롯데를 제치고 MBK가 하이마트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세계적인 사모펀드로 막강한 자금력과 인수 노하우를 자랑하는 칼라일도 제쳤다.
설립된 지 7년 밖에 되지 않은 토종 사모펀드지만 지난해 자산규모가 395조원에 달하는 우리금융 인수전에도 단독 참여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MBK'라는 이름 석 자를 알렸다.
MBK파트너스는 칼라일그룹에서 아시아 대표로 활동했던 김 회장(49)이 자신의 영문 이름인 '마이클 병주 김'에서 이름을 따 2005년 설립한 토종 사모펀드다. 운용 자산은 38억 달러다.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김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씨티그룹의 투자은행 부문인 살로먼스미스바니 아시아지역 최고운영자 겸 한국사무소 대표, 칼라일아시아 회장 등을 지낸 실력자다. 김 회장은 '철강왕'으로 불리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진행된 하이마트 본입찰때만 해도 롯데쇼핑의 제안 가격이 더 높았다. 당시 롯데쇼핑은 주당 7만원대 후반을 인수 가격으로 제시했다. MBK는 7만원 초반대였다. 이후 하이마트 매각 측에서 마지막 가격 인상을 위해 협상에 나서자 김 회장은 8만원 초반대로 인수가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롯데는 당초 가격을 고집해 이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승부사' 김 회장의 막판 베팅이 인수전 승리를 이끈 셈이다. 김 회장 특유의 펀딩 능력이 이번 인수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등 기업'은 과감히 투자한다는 김 회장의 투자 철학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사모펀드에 가장 중요한 투자회수(exit)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지금까지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은 총 16개지만 이중 투자회수를 한 곳은 4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08년 인수한 수도권 최대 종합 유선방송사 씨앤앰(C&M)은 MBK의 '약점'으로 꼽힌다. 대규모 차입을 통해 인수했지만 케이블 시장의 업황 둔화로 투자회수도 불투명해진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칼라일 시절과 MBK출범 초기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지만 그렇다고 김 회장이 투자한 기업 중 망하거나 부실해진 기업도 없다"며 "하이마트도 경기가 회복되고 경영이 정상화되면 투자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LP들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말 갑자기 불거진 대주주 리스크로 기업가치가 떨어졌지만 매출은 3조원이 넘는 '알짜' 기업이다. 지난해 말, 최대 3조원까지 거론되던 가격도 1조2000억원대로 낮아졌다. 대형 M&A때마다 언급되는 '승자의 저주'도 하이마트 인수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유통 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MBK는 꽃놀이패를 든 셈"이라며 "지분 중 일부에 대해 유통업체 등 전략적 투자자를 참여시킬 수도 있고 연기금 등 국내 금융권에 인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이마트 주가는 이날 7.40%(4100원) 떨어진 5만1300원에 마감했다. 롯데쇼핑은 3.97% 하락했고, 하이마트 최대주주 유진기업도 8.97% 급락했다. 이날 주가만 보면 이번 딜 관련 기업들이 시장에선 냉대를 받은 셈이다.
- MTO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