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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없다" 中 진출 韩 기업, 망하는 이유 2

[온바오] | 발행시간: 2014.01.05일 21:22

▲ 포스코 차이나 김동진 전 회장

포스코 차이나 성공 스토리

2011년에 작고한 포스코 박태준 전 회장. 그는 1978년 당시 입사한 지 4년된 포스코 차이나 김동진 전 회장을 싱가폴사무소 주재원으로 발령을 내고 사장실로 그를 불렀다. 김동진 전 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잔뜩 긴장해서 사장실로 들어갔더니 해외주재원 생활에 주의할 점을 이것저것 일러주시고는 대뜸 '중국 전문가가 되어 돌아오라'고 지시하셨다. 싱가폴로 가는데 '중국전문가'라니, 사실 그때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 중국이 개혁개방을 막 시작한 해가 바로 1978년이다. 당시 동남아 경제권을 주름잡고 있던 화교 상인들과 어울리며 나와 중국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박태준 전 회장은 1985년 포스코 홍콩사무소를 창설하기 위해 김동진 전 회장을 발령을 내고 또 사장실에서 독대를 했다. 당시 박태준 전 회장은 김동진 전 회장에게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하게 되면 커다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다. 홍콩에 가서 미리 '전진기지'를 만들어보라"고 과제를 제시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던 당시, 한중간 수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아무도 예견하지 못하던 때였다. 그렇게 홍콩으로 날아간 김동진 전 회장은 중국 본토와의 직거래 라인을 뚫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리고 첫 거래가 성사시켰다. 그는 "우회루트(간접교역)을 통해 원산지 표시가 없이 최초로 우리 철강제품을 중국 본토로 보내던 날에는 어찌나 가슴이 벅차오르던지..."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3년 반의 홍콩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김동진 전 회장의 다음 발령지는 베이징이었다. 오랜 해외근무를 마치고 돌아간 그에게 아직 수교도 되지 않은 중국 베이징으로 '냉정한' 발령을 냈다. 그리고 박 전 회장은 한중수교가 성사될 것이니 빨리 가서 중국전문가가 되고 중국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해갈 준비를 당부했다.

그리고 "중국의 철강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중국인들에게 포항과 광양을 개방할 계획이니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라. 꾸준한 신뢰를 통해 중국인들과의 인맥을 확보하라"는 구체적 지침까지 전달했다. 김동진 전 회장이 당시 한중간 비행 직항로조차 없던 시절에 베이징에서 짐을 푼 지, 1년만인 1992년 한중수교가 성사됐다.

포스코 차이나가 설립한 회사와 공장이 중국 전역에 50곳이 넘는다. 2010년 김동진 전 회장이 은퇴를 하기 전 연매출이 16억 7천불이었다. 이는 포스코 그룹 전체 매출액의 30%가 넘는 수치였다. 김동진 전 회장이 포스코 맨으로 35년을 해외에서 땀 흘린 결과이다.

포스코는 대한민국 산업화 과정에서 철강의 신화를 만들어낸 국가적 기업이다. 개혁개방의 시대를 맞이한 중국에서 제2의 포스코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인은 미래를 예측하고 전문가를 양성해 리더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

▲ 베이징현대자동차 공장

전진하는 기업, 후퇴하는 기업, 그 차이는?

중국은 2010년대 들어 개혁개방 30여년만에 산업화 성공을 발판으로 한국과 같이 제2차 산업에서 제3차 산업으로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와 같은 중국 사회와 시장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중국 진출 전략도 수정됐다. 공장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전략적 방향을 재설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전략에 걸맞는 사람과 제도를 준비하지 못하고 방침만 수정됐다. 공장을 운영하던 사람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내수시장에 집중하자는 전략적 방침만 강조했다.

중국 진출 한국기업이 내수시장을 강조하면서 뚜렷한 성장 실적을 기록한 기업이 과거에 비해서 현저히 줄어들었다. 성공한 대표적 기업들을 살펴보자.

베이징현대자동차는 올해 중국에서만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 판매기록을 세웠다.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연간 판매량이 백만대를 돌파한 외국계 기업으로는 상하이폴크스바겐(上海大众·상하이다중), 이치폴크스바겐(一汽大众)에 이어 베이징현대자동차가 세번째이다. 중국시장 진출이 앞섰던 일본자동차 기업도 이루지 못한 '성공 신화'이다. 폴크스바겐이 백만대 판매기록을 달성하는데 20년 이상이 걸린 반면, 현대자동차는 11년만에 달성했다.

신생활그룹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15억6천만 위안(한화 3천억원)이었다. 1994년에 설립된 신생활그룹은 선양 화장품공장, 칭다오 식품공장, 상하이 화장품공장 등의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중국시장을 집중 공략해왔다. 신생활그룹은 중국 현지에서 한국계 독자기업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특히, 신생활그룹은 한국 국내의 중국지사 개념으로 출발한 기업이 아니다. 후방의 지원 없이 중국 현지에서 한국인이 독자적으로 세운 기업으로 성공한 대표적 기업이다.

한중수교 이후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과거 국내에서와 같이 제조 및 수출형으로 이윤을 창출했다. 이들 기업들은 중국 경제성장 이후 주춤한 반면, 베이징현대자동차와 신생활그룹의 경우,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이다. 중국내수시장에서 성공한 이들 기업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통적 특징은 독자적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현지 시장의 변화와 특성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 판단력과 결정권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 공장을 운영할 때의 상황과,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공장은 기계를 상대하고 현지인은 채용된 내부 직원만 상대하며 생산 이윤만 계산하면 된다. 반면 시장은 기계가 아니라 현지 사회를 상대해야 하고 직접 대면할 수 없는 무작위 대중, 즉 잠재적 고객을 상대로 해야 한다.

공장 운영은 설비와 운영 매뉴얼만 잘 갖추고 있으면 국내에서도 원격 운영이 가능하지만 시장 공략은 매뉴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지 사회와 시장 상황, 그리고 소비자의 관심과 만족을 미리 예견한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준비된 리더와 독자적 운영체제가 성공의 전제조건이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경우, 사소한 일도 본사 '컨펌'을 거쳐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있다. 직접 맞대면을 하고 보고할 수 없으니 문서를 통해서 보고를 하다보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현지의 상황에 뿌리는 둔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시장 대응에 한 박자 늦게 되고 현지 실정과는 다른 방향의 엉뚱한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기업의 인사제도의 측면에서 해외파견근무는 거쳐가는 자리로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해외 근무를 하다보면 기업 내에서 인사결정권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승진의 기회를 놓치게 되니 길어야 3,4년 정도 근무하고 돌아갈 생각부터 하게 된다. 일부 기업은 중국 법인대표를 정년 퇴임을 앞둔 임원을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중국 현지법인은 회사와 직원은 있는데 '사장'은 없는 회사로 운영되게 된다. 사람으로 치자면 머리가 없는 회사에 무슨 실적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투자만 하고 매출을 낼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러니 '시한부' 근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파견근무 기간만 별 탈 없이 보내고 하루 속히 돌아갈 생각만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운영구조에서는 허위 보고도 종종 발생할 수밖에 없다.

판단력과 책임감, 결정권이 없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나 중국은 13억의 대륙성 국가이다. 한국 시장과 같이 수도권에 하나로 집중된 것이 아니라 광저우, 선전을 중심으로 한 화남권,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화동권,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화북권, 선양을 중심으로 한 동북권, 청두와 시안을 중심으로 한 서부권 등 대략적으로 분류해도 5군데가 넘는다.

상하이에 적을 두고 있는 회사라면 상하이 시장을 상대하는 규모이지 중국을 논할 수 있는 규모나 단계는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 진출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 진출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중국 여기 저기에 동시다발로 회사를 세우고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포스코 차이나, 삼성 중국본부와 같이 현지 지휘체계를 갖추지 않고 서울에서 원격 지휘를 한다. 그러니 현지에서 투자금이 술술 새고 있어도 이를 개선할 방안은 커녕,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국내 성공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2의 새로운 창업을 하는 것과 같다. 포스코 차이나를 비롯해 베이징현대자동차, 신생활그룹의 성공은 중국 현지에서 새로운 창업을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제2, 제3의 '김동진'이 중국성공 신화의 비결

대기업에서 장기 근무를 한 이후, 중국 현지에서 회사를 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대기업 근무라는 화려한 경력에 비해 개인 사업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오히려 적다. 대기업의 옷을 벗는 순간, 무기력해진다. 대기업의 외곽 회사를 차리고 일거리를 보장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회사를 차려서 성공한 대기업 출신 사업가는 극히 드물다.

이는 대한민국 대기업의 조직운영 방식이 "까라면 까고 하라면 하는" 소극적, 수동적 인간형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수족으로만 쓸모 있는 인재를 만들지, 독자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는 관심이 없다.

제조업 시대의 종적 조직운영체제로 서비스업 시대에 적응하기는 불가능하다. 대기업의 영향력이 통하는 국내시장에서와는 달리 독자성, 자율성 없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생존 전략을 바꾸고 운영 패러다임을 바꿔야 새로운 성공 신화를 만들 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로운 성공 신화는 새로운 인재를 준비해야 가능한 일이다. 인재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예견하고 준비해야 얻을 수 있는 '보물'이다. 국내에서 제조업으로 성공한 창업주가 해외에서 혹은 타 업종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것이 곧 기업이 망하는 지름길이 된다. 창업주가 해외에서도 처음처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각오가 아니라면 새로운 사람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순리이고 지혜이다.

성공한 기업의 창업주 역시, 젊어서부터 밑바닥에서 시작해 평생을 배우며 스스로 리더로 성장하지 않았던가?

근년들어 중국 현지의 우리 기업들이 현지 여론의 도마 위에 종종 올려지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여러 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남의 나라 기업이 자기 나라 시장에서 '잘 나가는' 것을 순순히 인정할 나라는 없다. 기업의 사회문화적 교감이 이윤 창출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세월을 두고 현지 소비자와 깊은 인연을 만들어 가야 한다. 머리가 없고 주인이 없는 회사에 이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아시아의 작은 용이 하늘로 승천할 때, 잠자고 있던 중국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할 태세이다.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등에 올라타 떨어지지 않고 함께 승천하려면 준비된 기수가 절실하다. 중국 진출을 하자마자, 기사 한 꼭지로 어두운 면은 감추고 작은 실적을 부풀리려 하지만, 당장의 주가는 꿈틀할지 모르나 그만큼 기업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이다.

포스코 차이나가 연매출액 16억 달러라는 성공 신화를 만들기까지 3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인생을 기업에 바친 새로운 리더가 있었다. 공을 들인 시간이 길수록 그 과실은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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