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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진품명품서 영정(影幀) 하나가 1억7000만원으로 소개되더니…"

[기타] | 발행시간: 2012.02.22일 08:33
"웬만한 시골 마을마다 하나씩 있던 상여가 거의 도난당해 씨가 마를 정도입니다. 상여를 꾸미는 '용두(龍頭)' 같은 장식품이 호사가들의 수집 대상이 됐기 때문이지요."

강신태(59)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28년째 도난 문화재를 추적해온 이 분야 최고 베테랑이다.

지난주 대전 지방경찰청이 발표한 대규모 문화재 절도사건도 그의 손을 거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강 반장은 1984년 문화재청 전신인 문화재관리국에 들어온 이래 도굴꾼과 문화재 절도범 등을 뒤쫓아왔다.

↑ [조선일보]강신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

지난 20일 대전 정부청사 1동 문화재청에서 만난 그는 '대전지방검찰청 특별사법경찰관리'라고 적힌 신분증을 내밀었다. 책상에는 '수사실무요람' 같은 책이 꽂혀 있었다. 문화재청 소속이면서 문화재 사범을 잠복, 체포, 취조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강 반장은 "문화재 범죄에도 유행이 있다"고 말한다. "도굴은 일제시대에 일찌감치 끝났고, 1970년대엔 복장 유물(불상 뱃속에 넣은 유물) 같은 사찰 불교 문화재가 집중적으로 표적이 됐다면, 1980년대는 부유층의 정원 장식용으로 12지신석, 문인석 같은 무덤의 석물(石物)이 많이 털렸어요. 2000년대 이후는 보안이 허술한 서원, 향교, 사당, 종가가 공략 대상이 됐습니다."

2010년 6월 강신태 반장에게 국립민속박물관 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 문집 목판은 시장에 나올 물건이 아닌 듯한데 알아봐 주십시오." 누군가 민속박물관에 고려 말 문인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 문집 목판 72점을 3500만원에 팔려고 하는데 의심쩍다는 얘기였다. 확인 결과 이 목판은 성주 이(李)씨 재실(齋室)에서 보관하다 30년 전 도난당한 물건이었다.

강 반장이 목판을 팔려던 사람을 붙잡아 물었더니 "장물이라니 무슨 소리냐. 대학 도서관에서 나온 유물이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전국의 사당, 고택(古宅)에서 훔친 고(古)문서·고서(古書)를 사들인 후 대학 도서관에 "학술 연구용으로 활용하라"며 맡기는 방식으로 '세탁'을 거쳐 문화재를 팔아먹는 신종 수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강 반장은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1년여 공조 수사를 펼쳐 이들이 빼돌린 유물 9415점 중 4559점을 회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예전 문화재 절도범은 나름대로 '전공'이 있었는데 돈이 된다는 얘기에 일반 절도범까지 너도나도 유물에 손을 대기 시작해 수사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1997년쯤 TV '진품명품'에서 영정(影幀) 하나를 1억7000만원으로 소개한 적이 있어요. 그날 이후 전국의 사당 영정이 모조리 털릴 만큼 쑥대밭이 됐습니다."

문화재 전문 털이범은 원래 시·도(市·道) 지정문화재같이 알려진 유물들은 손을 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단 훔치다 보니 유물을 팔아넘기질 못해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2008년 강 반장 앞으로 택배 상자가 23차례나 왔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상자가 사무실에 쌓였다. 2000점이 넘는 유물이었다. "범인들이 처리할 곳이 마땅찮으니까 물건을 보내겠다고 연락을 해왔어요. 정상을 참작해 불구속 입건으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법정 구속돼 1년6월형을 받았습니다."

문화재청에 신고된 문화재 도난 자료에 따르면 연 20~30건에서 2005년, 2006년에만 각각 60건과 50건으로 급증했다. 강 반장은 "수사를 해봤더니 문화재 절도범이 청송감호소에 수감됐던 일반 절도범과 일당을 만들어 영남, 호남, 충청, 경기도 등 100여곳에서 8000점이 넘는 유물을 훔치고 다닌 사건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젠 도난 현장만 살펴보면 누구 수법인지 알아챌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한다.

강 반장은 "요즘은 아산만, 새만금 방조제 공사 등으로 바다의 조류가 바뀌면서 해저에 묻힌 유물들이 어부들 그물에 걸려 올라와 도굴꾼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고려청자 전성기인 12세기 강진 과 부안 의 가마에서 생산한 자기를 태안반도를 거쳐 개성으로 운송했는데, 당시 난파한 배에서 대규모로 유물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양경찰청에도 문화재 전담반을 만들어 공조 수사를 펴고 있다.

강 반장은 기록의 사나이다. 2009년엔 도난 문화재 최다 회수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에서 선발한 '대한민국 최고 기록 공무원'에 올랐고, 이듬해 중앙공무원교육원 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뽑은 '달인교실'에도 강사로 나섰다. 하지만 문화재청에서 도난 문화재 전담 요원은 강 반장을 포함, 두 명뿐이다. 경찰과 공조 수사를 하고 있지만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문화재 범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강 반장은 "문화재 범죄 수사는 기존 문화재 절도·유통 조직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중요한데 전문 인력이 부족해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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