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골목길에서 강도짓을 하고 달아나던 건장한 남자를 뒤쫓아 붙잡은 여고생이 화제다.
지난달 28일 밤 11시 30분께 여고 2학년 김모(17)양은 부산 금정구 자신의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 밖에서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김양은 어머니 홍모(46)씨와 함께 집밖으로 뛰어나갔다. 모녀는 집 앞 골목에서 강도 신모(32)씨가 40대 여성의 목을 조르며 가방을 빼앗으려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김양은 "아저씨 왜 그래요?"라고 외쳤고 강도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김양은 반사적으로 강도를 쫓기 시작했다. 경황이 없어 신발도 신지 않은 김양은 "서라"를 반복해서 외치며 50m가량 강도를 뒤쫓았다.
사력을 다해 강도를 뒤쫓던 김양은 앞뒤 가릴 겨를 없이 손에 쥔 휴대폰을 강도에게 던졌다. 놀란 강도가 뒤를 돌아보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김양은 이를 놓치지 않고 강도의 등을 위에서 온몸으로 눌렀다. 뒤따라온 어머니 홍씨는 강도의 팔을 붙잡았다.
강도는 "놔라, 도망 안 간다. 담배나 하나 피우자"라고 사정했지만 모녀는 놓아주지 않았다. 뒤따라온 이웃 주민도 강도를 제압하는 데 합세했다.
경찰은 김양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기 위해 신고포상금을 지급하고 부산지방경찰청장 표창을 오는 9일 수여한다. 경찰은 "범죄 현장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고생으로서 몸을 던져 강도범을 잡은 점을 높이 산다"고 했다.
어머니 홍씨는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운동 한 번 한 적 없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162cm 키에 몸무게도 별로 많이 나가지 않는다"고 딸을 소개했다. 그는 "(위급한 상황에서) 순간적인 힘이 나온 것 같다. 순간적으로 여성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달려갔는데 집에 돌아와선 겁도 났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의협심을 발휘한 김양은 전교 3등을 기록할 정도로 공부도 잘한다. 홍씨는 "딸이 정의로운 일을 한 걸 칭찬했지만 세상이 험악하니깐 걱정이 된다. 솔직히 말해서 다음에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양 모녀는 포상금을 받으면 이를 피의자 신씨의 아내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홍씨는 "붙잡힌 신씨가 형편이 어렵고 돌 지난 아이도 있다는 사실을 딸아이가 알게 됐다"며 "딸아이가 분유와 기저귀를 사서 신씨네 집에 전달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 모녀의 소식은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티즌들은 '웬만한 남자들도 잘 나서지 않는데 정말 용기 있는 여고생이다'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 '요즘은 내 일 아니면 신경 안 쓰는데 여고생이 쫓아가서 잡았다니 대단하다' '어른도 무서워서 쉽게 하지 못하는데 칭찬과 표창은 당연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