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범람시 장애인 대피하기 힘들어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쏟아진 지난 3일 오후 서울 청계천의 물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한 시간 남짓 내린 비로 청계천 출입이 통제되면서 관광객들과 시민들은 산책로 밖으로 급히 대피해야 했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청계천으로 연결된 수문이 열리면서 수위가 급상승하게 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폭우 등 안전특보 기준에 따라 청계천이 폐쇄된 건수는 총 37회였다.
매년 청계천 산책로가 침수되면서 산책을 하던 시민들이 고립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관수교 부근에서 고립됐던 12명의 시민들이 순찰조의 도움으로 대피한 일도 있었다.
■"장애인 대피시설 이용 불편해"
청계천에는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대피시설이 실정에 맞지 않아 기습적인 폭우가 내리면 대피는커녕 고립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청계천이 수위가 높아지면 운행이 제한되는데다 진입 경사로도 구간에 따라 서로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많이 찾는 구간인 청계광장~세운교의 약 1.5km 거리에 장애인 출입이 가능한 곳은 청계광장 경사 진출입로를 제외하면 삼일교 엘리베이터와 세운교 경사 진출입로 단 두곳 뿐이다. 반면 장애인이 이용하기 힘든 일반 계단 진출입로는 같은 구간에만 5곳에 이른다. 또 대피용 사다리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청계천에 설치된 2대의 엘리베이터는 청계천의 수위가 상승하면 운행이 중지돼 대피상황에서 이용할 수 없다. 지난 3일 산책로 출입이 통제된 시간, 삼일교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고 멈춰있었다. 산책로가 침수되는 시급한 상황에서 장애인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사로만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된다.
■"사전 대피로 안전 확보" VS "사고 가능성 배제 못해"
종합상황실에서 청계천의 주변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어 위험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조치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대피령이나 어떤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현장에 나와 있는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시민들을 사전에 대피시키도록 하고 있다는 것.
서울시 하천관리과 청계천관리팀 관계자는 "대피령이 떨어지면 모두 대피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현장의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엘레베이터 운행 제한의 경우는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장애인의 경우는 혼자서 이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직접 휠체어를 밀어 대피시킨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제기됐던 청계천 장애인 시설관련 문제들 중 일부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편사항들은 남아있고 안전시설도 미비해 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무장애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예보 없이 갑작스러운 비가 내리거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최대한 빨리 대피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청계천 광장에서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까지 약 1km를 가야 하는 상황이고, 시설도 미비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장애연대는 청계천시민위원회을 발족하고 돌 바닥과 비포장 도로 등 보행 위험 공간 개선과 청계천 전반의 안전시설 확충을 위해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논의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