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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벌리고 무작정 기다려…산부인과 ‘악몽’

[기타] | 발행시간: 2012.07.04일 10:12

여성이 불편한 산부인과

다리 벌리고 앉는 진료의자

여성 다수가 ‘거북하다’ 반응

속옷 벗고 무작정 기다리기

말없이 시작된 의사의 진료

“당황스럽고 수치스러웠다”

혼자서 5분쯤 진료실 천장만 바라봤다. 두 다리를 벌려 진료의자 지지대에 걸쳤다. 속옷을 벗은 아랫도리가 허전했다. “아플 수도 있어요.” 진료실에 불쑥 들어온 담당 의사는 별다른 설명 없이 장갑 낀 손을 다리 사이에 들이밀었다.

“불안하고 민망했어요.” 몇년 전 난소에 작은 혹이 발견돼 대학병원 산부인과를 찾은 차은주(가명·27)씨가 떠올린 산부인과의 첫 기억은 ‘굴욕의자’다. 두 다리를 벌려 지지대에 걸치고 등받이를 뒤로 젖혀 의료진이 환부를 들여다보기 편하도록 만든 의자다. 이 의자의 정식명칭은 ‘분만의자’ 또는 ‘진료의자’이지만 많은 여성들은 이를 ‘굴욕의자’로 부른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 5월부터 산부인과 진료 경험이 있는 여성 210명을 대상으로 벌인 산부인과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다수의 여성이 ‘다리를 벌리고 앉는 진료의자’를 불편했던 경험으로 꼽았다. 출산과 관련된 고민을 나누는 온라인 동호회 게시판을 보면, “진료인데 어떠냐”는 의견도 있지만 “열번 스무번을 가도 굴욕적”이라는 의견도 보인다.

4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직장인 윤설영(가명·34)씨는 분만의자 때문에 의사와 말다툼을 벌였다. 의사는 분만의자에 다리를 올린 채 힘을 주라고 강요했다. 도저히 힘이 나지 않았다. 결국 의사 지시와 달리 허리를 반쯤 세운 뒤 다리를 편히 내린 자세로 분만을 시도해 출산했다. 윤씨는 “내가 분만하기 편안한 방식이 있는데, 왜 의사가 아기를 받기 편한 자세에 산모가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구에서도 18세기 중반까지 분만 방식의 대세는 산모가 허리를 펴고 앉아 출산하는 좌식 분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만의자에 누워 아기를 낳는 분만법이 일반화된 것은 18세기 이후다. 난산 때 아기의 머리를 잡아 자궁 밖으로 끌어내는 분만 보조기구인 ‘겸자’가 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의사가 겸자를 사용하기 편하도록 산모를 눕히게 된 것이다.

의료진의 배려 부족은 여성 환자들의 불쾌감을 더한다. 직장인 민수진(가명·31)씨는 3년 전 회사 건강검진차 찾은 대학병원에서 처음 ‘굴욕의자’를 알게 됐다. 불편해진 기분으로 의자에 누워 있는 민씨에게 의료진은 다짜고짜 물었다. “결혼했나요?” “그런데요.” 의사는 곧바로 성기에 손을 갖다 댔다. 고통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당황해 소리를 지르는 민씨에게 도리어 의사가 면박을 줬다. “결혼한 사람이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민씨는 “건강검진 한 것을 하루종일 후회하며 자책했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하의를 벗은 채 진료의자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을 오래 기다리게 되거나 갑자기 간호사가 들어오는 경우, 의사가 설명 없이 무작정 진료를 시작하는 경우 당혹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응답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바지를 벗고 다리를 벌리라고 하니 불안하고 무섭고 치욕스러웠다”고 적었다.

반면 의료진의 작은 배려가 환자의 부담을 덜기도 한다. 일부 병원은 환자가 침대에 누워 무릎을 세운 자세로 검사를 받도록 하거나 조명의 밝기를 낮춰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은 한 30대 여성은 “다리를 벌리고 앉는 진료의자가 너무 싫어 방문을 꺼렸는데 간호사가 무릎에 담요를 덮어주는 등 배려해줘 안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의 최안나 대변인은 “치과에 가면 입을 크게 벌려야 하듯 산부인과 진료 시 환부를 보기 위해서는 현재 형태의 진료의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진료 전 환자에게 의료진이 ‘자세가 불편하겠지만 이렇게 해야 환부를 잘 볼 수 있고 치료가 쉽다’고 친절히 설명해주면 환자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민우회는 10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최종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산부인과 의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진료의자 형태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김희영 활동가는 “의료기기에 절대적으로 정해진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많은 여성이 진료의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의료계 스스로 이를 바꿔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진료의자를 개선하기 전이라도 위축된 환자를 배려하는 진료실 환경 및 내진 과정의 지침부터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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