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운전을 하다 보면 상대편 차선에서 전조등을 켜고 달려오는 차량에 깜짝 놀라는 일이 있다. 밝은 빛이 안구로 날아들면서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대부분의 운전자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밝은 전조등 불빛을 막으려고 한다. 그런데 조만간 우주에서도 이런 사람의 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장비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밝은 빛을 내는 별 주변을 도는 행성을 찾기 위한 초대형 빛 가리개가 우주 공간으로 올라갈 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 중인 ‘스타셰이드(Starshade)’ 얘기다. 스타셰이드는 말 그대로 별빛을 가리는 도구다. 전체 크기는 약 30m이고 활짝 핀 해바라기 같은 모양새인데 우주에 올라간 뒤 부채처럼 펼쳐지는 구조다. 중앙의 동그란 몸통으로는 별빛을 차단하고, 여기서 삐져나오는 나머지 별빛은 스타셰이드 가장자리의 톱니모양 구조물이 가려준다. 우주 망원경은 한층 어두워진 별빛을 뚫고 모습을 나타낸 행성에 렌즈를 돌리면 되는 것이다.
스타셰이드를 쏘아 올리는 비용은 약 7억5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8750억원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빛 가리개인 셈이다. 하지만 그 능력은 현재 우주과학계의 가장 큰 화두인 생명체가 생존 가능한 행성을 찾는 임무에 탄력을 붙이기에 충분하다. 과학계에선 외계 행성을 찾을 때 효율이 높은 몇 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하나는 행성의 중력에 별이 조금씩 흔들리는지를 관찰해 행성의 존재 유무를 추적하는 것이다. 투포환 선수가 무거운 금속 덩어리에 연결된 줄을 잡고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하면 금속 덩어리의 무게 때문에 몸이 비틀거리는 것처럼 별 역시 자신이 붙잡아 둔 행성의 질량으로 인해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빛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밝은 별 주변을 동그란 궤적을 그리며 공전하는 행성이 우주 망원경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살짝 어두워지는 시점을 포착하는 것이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이 방법을 써 찾은 행성이 9년간 2000여개나 된다. 밝은 전구가 끼워진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공부를 하다가 나방이 전구 앞을 지나가면 살짝 그림자가 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행성을 찾는 것이다. 스타셰이드가 우주로 올라가면 별빛을 통제한 가운데 행성을 찾는, 새로운 방법이 추가되는 셈이다. 핵심은 스타셰이드가 우주 망원경이 행성을 관측하기 쉽도록 정확하게 별빛을 가리는 것이다.
마이클 보텀 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은 “스타셰이드를 물잔 크기로 가정하면 망원경은 연필 지우개 크기가 될 것”이라며 “이 두 작은 물체가 100㎞ 거리에서 2㎜의 정밀도로 통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스타셰이드는 2020년대 발사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인 신형 적외선 우주망원경 ‘WFIRST’와 함께 운영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