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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칼럼]협동, 조직화와 조선족사회의 미래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7.04일 09:24
운남에 와서 살다 보니 자연히 동남아에 관한 소식들을 많이 듣게 된다. 그런중 궁금한 것이 자연환경이나 자원 면에서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국가에

비하여 훨씬 월등한 동남아국가들이 왜 그들에 비하여 현저히 락후한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라오스, 캄보쟈, 먄마 등 나라들에 자주 드나드는 한

동료에게 물었더니 하는 대답이 이런 나라들은 국가가 약하여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뿐더러, 기업과 같은 조직도 활성화되지 못하여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연발생적인 개체생업 상태에 처하여있다는 것이다. 협동을 통하여 조직화되지 못하니 규모가 큰 사업들을 벌릴 수 없고 그러한 사업들이

이루어지지 못하니 자연히 사회가 락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현듯 머리 속에 17세기의 세계 패권국가 화란이

떠오른다. 17세기초까지만 하여도 화란은 에스빠냐의 지배를 받는 자그마한 속국이였다. 그런데 이 자그마한 속국이 당시 최강 국가 에스뺘냐의

견제를 물리치고 점차 세계해양무역을 지배하는 ‘해상의 마차부’로 되여 세계적 패권국가로 등극하게 된다. 당시 만척을 넘는 화란 상선들이 5대주

4대양을 누볐으며,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초석도 그들이 닦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적이 어떻게 가능했을가? 그 비결은

바로 그들이 세계에서 제일 처음으로 주식회사, 주식시장, 은행과 같은 현대적인 조직과 금융제도들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직들은

어떠한 기능을 했을가? 그것은 바로 사람들의 손에 널려있는 돈을 결집하여 거대 자본으로 만드는 것이였다. 화란은 이러한 제도적 혁신을 하였기

때문에 사회의 분산된 힘을 결집하여 거대 자본을 만들 수 있었고, 그러한 자본의 힘으로 해양무역에 적극 나섬으로써 세계를 제패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화란이 발명한 이러한 제도들이 세계에 널리 퍼져 근대 이후 인류력사의 거대한 변혁을 이끌어왔다. 가히 주식제도가 이루어낸 자본의 힘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세계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의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 국가나 민족을

막론하고 발전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그 집단이 얼마나 효률적으로 힘을 결집해내는가에 달려있다. 아무리 국토가 넓고 자연자원이

풍부하더라도 힘을 결집해내지 못하면 락후할 수 밖에 없고, 아무리 국토가 작고 환경이 렬악하더라도 힘만 결집해내면 못해낼 일이 없다. 이러한

력사적 법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바 한 국가나 민족의 밝은 미래는 결국 그 집단이 힘을 얼마나 유효하게 결집해내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의식을 조선족에 적용하여본다면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 처하여있을가? 필자가 보기로는 조선족은 아직 현대경제의 입구에 도착하지도 못했다. 우선 아직도 고군분투다. 자본투자와

주식제와 같은 현대적인 경제방식이 아직 조선족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간 운이 좋아 촌에서 대도시로 버젓이 왔지만 아직은 ‘대도시의

촌민’상태다. 대도시에 살면서도 사고방식은 여전해 현대적인 협동과 조직방식을 익히지 못하고 여전히 ‘정’을 기초로 뭉치고 ‘정’을 나누려고

뭉친다. 그래서 북경에 살면서도 술만 마시면 저가락으로 상을 치면서 노래하고 서울에 살면서도 촌민운동회를 조직한다.

‘정’을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정’을 나누다가도 일단 ‘투자’나 ‘합작’과 같은 사업이야기만 나오면 눈치를 슬슬 보면서 피한다는 것이다. 그 옛날 시골에서 별 정 다

나눴지만 곤궁으로 돈만 꽁꽁 숨겨야 했던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세월에는 돈을 숨기지 말고 같이 모아서 투자하고 돌려야

점점 불어날 수 있다. 은행에 꽁꽁 저금해놓은 돈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만 든다.

따라서 미래를 위해서는 ‘대도시의 촌민’상태에 머물러

있지 말고 ‘대도시의 상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고군분투하기보다 ‘투자’와 ‘합작’이라는 의식부터 형성하여야 한다. 경쟁이

날로 치렬해지는 오늘 사회에서 쌈지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반없다. 가령 음식점을 경영한다 해도 객석이 최저 몇십 석은 돼야 전문

훈련을 받은 료리사도 구하고 복무원도 구해 쓸 수 있다.

요즘 누가 집음식과 별반 다름없는 구멍가게에 가서

돈지갑을 열겠는가? 따라서 작은 밑천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애만 태우지 말고 17세기의 화란인들처럼 쌈지돈을 모아서 배를 띄울 수 있는 큰 자본을

만들어야 한다. 술상보다 사업을 토론하는 자리가, 놀음판보다 전시회가 더 많은 조선족사회를 기대해본다.

길림신문/박광성(운남민족대학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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