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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기침타령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0.01.16일 10:02



조복희 (라북현조선족소학교)

  (흑룡강신문=하얼빈)“콜록콜록”공교롭게도 교사절에 걸린 감기가 한달이 넘어갔다. 감기때문 에 더 심해지는 기침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하품같은 것이라면 애를 써서 참을 수 있으련만 이놈의 기침은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신체반응이라 수업시간에도 기침타령이 흘러 나올라치면 아무리 참으려고 노력해도 막무가내였다. 누가 좀 내 몸에 기침을 끄는 단추를 안장했으면 좋으련만.

  “콜록콜록…” 오늘도 수업시간에 나의 지꿎는 기침타령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 남학생이 “선생님, 기침 아직도 낫지 않으셨어요? 더운 물을 많이 마시고 기침약이랑 드셔야 되요.” 갓 전학해온 남자애의 어른스러운 말에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고마워요. 관심해주어서…그리고 너무 요란스럽게 굴어서 미안한데. 콜록콜록…”하며 나의 강의를 계속 진행했다. “선생님, 편찮으신데 오늘은 강의를 그만두세요.절로 문제풀이를 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물을게요.”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며 말하는 남자애를 보는 순간 나는 기침으로 인해서 수업에 영향을 주어 미한한 생각이 들었다.그러면서 또 이와 같이 리해해주는 학생이 있음으로 하여 병이 인차 낫는 것만 같았다.

  며칠후 나는 수업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문득 그 남학생이 “선생님, 오늘 시간에는 한번도 기침을 하지 않았습니다.”하고 환성을 지르듯이 웨쳐댔다.나는 이 애의 말에 눈이 둥그래서 정말인가고 한참 어쩡쩡해 서있었다. 다시 말하면 기침이 정말 이 애가 말한것처럼 나오지 않느냐고 한참이나 기다렸다. 아니나다를가 그토록 미워했던 기침타령이 나하고 인사도 없이 훌쩍 가버렸지 않았는가? 자기로서도 감각못한것을 애가 먼저 발견하고 이런 “희소식”을 전해주니 나도 기쁜 나머지 “와-진짜네. 친구덕분에 기침이 정말 달아났네.” 하고 맞장구를 치며 함께 웃으면서 교실문을 나섰다. 본인도 이젠 자신의 기침에 대해 무감각이였는데 그 애는 항상 나의 기침에 대해 퍼그나 신경을 쓴 모양이다.

  이 학생은 평소에도 나하고 못하는 말이 없다. 선생님이 정말 자기를 관심한다드니, 선생님은 참 웃기를 좋아한다느니하며 말이 샘처럼 퐁퐁 솟아나온다. 비록 사소한 일 같지만 늘 선생님을 주목하고 관심해준 기침타령으로 맺어진 우리 사생지간에 맺어진 인연이라 할가. 이렇게 이제 가르친지 두달밖에 안되지만 우리는 그만 친구가 되버렸다.

  그러나 사람의 심정도 날씨의 변화와 마찬가지라고 해가 떴다가도 흐리고 심지어 비가 올때가 있는 법이니라. 그날도 나는 교단에서 흥미진진하게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렇게 밝고 명랑하던 애가 그날은 웬일인지 온 한시간 수심에 잠겨있는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가싶었다. 나는 몇번이고 눈으로 주의를 주면서 신호를 보냈지만 별수였다. 수업을 마치고 나는 “친구,오늘은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얼굴색이 안좋은데요?” 라고 물었다. 드디여 남자애는 참고 참았던 울분을 나와 토로하며 어깨를 들먹이였다. “선생님, 우리 할머니는 지금 암수술을 받고 화학치료를 받은 몸입니다. 머리가 다 빠져서 지금은 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저는 할머니가 돌아가실가봐 무서워요. 영원히 같이 있고 싶어요. 할머니가 너무 불쌍합니다. 흑흑--” 이런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은 나는 그만 가슴이 철렁하였다.

  형으로서 4학년에 다니는 남동생을 부모못지 않게 제법 잘 챙기면서 매일 학교를 어깨동무하며 오가던 아이,생계를 위해서 외지에 돈벌이를 간 부모와 떨어져 친인들의 그리움과 외로움속에서 모대기면서도 항상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아이였는데 가정에 중병환자가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평소에 아무 일 없듯이 항상 밝게 웃어주고 장하게 행동해오던 남자애의 가슴속에 이토록 무거운 마음의 짐이 있을줄은 생각조차 못하였다. 눈물범벅이 되여 말하는 애를 바라보니 저도 몰래 가슴이 찡해나면서 이 남학생의 처경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나는 인차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괜찮습니다. 지금은 의학기술이 발달해서 할머니는 꼭 병마와 싸워서 이길것입니다. 우리 같이 힘을 냅시다.” 교실문밖의 앵두나무에 앉아있던 새들도 우리의 말을 엿듣고 “짹-짹” 응원하면서 도무지 날아날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남자애를 한품에 으스러지게 꼭 껴안아주면서 그동안 자기만으로서 이겨냈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서러움을 오늘 넓지도 않은 나의 품속에서 기껏 방출하게 하였다. 나는 “할머니는 이제 친구가 대학가고 아니 장가갈까지 무사히 앉을겁니다.” 하고 우스개까지 피우니 “아니, 선생님…”하고 피씩 웃으면서 눈물을 닦았다.

  지금에 와서 보면 집에 이런 중한 병환자가 있어서 병에 민감했는지 나의 보잘 것없는 기침에도 그토록 예민하고 신경쓰면서 관심을 돌리지 않았던가 생각된다.

  뭐니뭐니 해도 가족들이 건강해야 집안이 화기애애하고 웃음꽃이 피는 법이다. 기쁨은 더하고 슬픔은 나눠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때이른 나이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압력을 받고 있는 남자애를, 할머니의 병환때문에 걱정이 태산같은 남자애를 나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힘과 용기를 주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늦가을의 어느날, 퇴근하는 길에 나는 과일을 사들고 남자애의 뒤를 따라 할머니뵈러 갔었다. 빠끔히 열린 거실문틈새로 안을 들여다보니 머리에 모자를 쓰고 오관이 예쁘장하게 생긴 할머니가 쏘파에 앉아 깨끗이 씻은 손자들의 옷을 개고있었다. 나는 겉보기에는 무병한 사람처럼 보이는 할머니가 바로 “사형선고”를 받은 분이란 현실이 전혀 믿고 싶지 않았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미여지는것만 같았다. “선생님, 들어갑시다.”, “할머니, 우리 수학선생님께서 할머니뵈러 오셨습니다.” 손자의 말을 듣고 할머니는 뼈저리게 아픈 통증도 간신히 참아가면서 만면에 웃음을 짓고 나를 향해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였다. 이 시각 내 마음은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다만 달려가서 “그동안 손자를 키우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하고 손을 으스러지게 틀어잡았다. 할머니께서는 먼저 스스럼없이 자신의 병상을 말하는데 생각보다 아주 락관적이고 의지가 강한 분이였다. 나는 많은 암환자들이 병마와 싸워 이긴 실례를 들면서 신심을 주고 삶의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할머니께서 나하고 하시는 말씀이“조선생님, 내 이 무기력한 할미가 손자들한데 너무 미안하오. 내 몸이 이러다보니 큰 손자가 고생많네그려. 나를 돌볼라니 동생을 챙길라니 저 놈들 대학간담에 눈을 감으면 원이 없겠는데. 아무튼 조선생님이 수고많소. 별거없이 다만 우리 애들 학교에서 건강하게 쾌활하게 커주면 고맙겠소…” 나는 학교에서 애들한데 최선을 다할테니 시름을 놓으셔라고 하였다.

  만일 나의 이번 행이 할머니한테 조그마한 위안이라도 되였다면 또한 남자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덥혀주었다면 앞으로 두번도 좋고 세번도 좋고 계속 할수 있는 행으로 하련다. 나의 말과 행동이 그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또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으랴!

  나는 할머니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집을 나서려는데 나를 기어이 대문밖까지 바랜다면서 따라나서는 할머니를 끝내 만류하지 못했다. 달빛에 할머니와 손자가 서로 의지하여 나란히 서있는 모습은 마치 한폭의 아름다운 화폭처럼 내 눈앞에 펼쳐졌다. 가을이라 날씨는 비록 싸늘했지만 그 모습은 얼마나 따뜻하고 얼마나 온화하며 얼마나 그윽한지 달님도 밝게 웃으며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집으로 향하는 나는 마음도 발걸음도 무겁기만 하였다.

  오늘도 나는 언젠가는 할머니의 병도 내 기침처럼 소리없이 훌쩍 가버렸으면 하고 기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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