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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온라인 수업이 주는 계시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0.05.12일 13:47

 

 최소천 교원 올해처럼 겨울이 길어지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집에만 박혀있어야 하는 것은 추위가 무서워서가 아니였고 게을러서도 아니였다.

교원인 나도 애들처럼 매번 방학이 기다려진다. 지난 겨울방학은 친구들과 새로 오픈한 장춘빙설세계 구경도 가려고 하였고 음력설 후에 넉넉한 시간을 잡고 장백산서쪽비탈 온천려행도 약속하였다. 하지만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긴긴 방학은 끝이 없었다. 온 세상이 코로나19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는 시점에 학교는 개학이 묘연하였다. 상급으로부터 개학날자에 맞춰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라고 하여 ‘개학’ 일주일전 온라인 강좌가 있으니 반드시 참가해야 하며 모든 교원이 수업준비를 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온라인 수업 , 교원 경력 30여년만에 처음 경험해본다. 지정된 시간에 핸드폰으로 강좌를 듣는데 무엇이 무엇인지 갈래를 알 수 없었다. 강좌가 끝난 후 다시 젊은 교원들과 이것저것 물어가면서 대충 조작과정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신심이 없었다.

2월 24일, 온라인 개학이다. 수업을 시작해야 했다. 사실 속으로 몇시간 에때우느라면 학교 개학이 되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처음 학교의 요구는 교학진도를 나가지 말고 지난 학기 학습내용을 복습하라고 하였다. 하여 첫 수업은 시가감상, 두번째 수업은 짧은 글짓기, 이렇게 첫 주 수업을 완성하였다. 하지만 수업안내표가 나오는 걸 보니 3월도, 4월도 온라인 수업을 하여야 했다. 어름어름 두번째 주까지는 핸드폰으로 온라인 수업을 했지만 새 학기 교수내용을 강의하려면 컴퓨터로 제대로 되는 수업을 하여야 했다.

이 십여년 사이 나는 직함도 땄겠다, 담임도 그만 뒀겠다, 새로운 비전이 없이 맡은바 교수임무를 완성하는 것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였다. 교수론문을 써본지도 아득하였고 PPT는 거의 손도 안댔다. 이런 나한테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닥쳤다.

여태 손 놓고 있던 PPT를 제작하려고 하니 거의 고물이 된 컴퓨터에는 관련된 앱이 없었다. 부랴부랴 앱을 깔아놓으려 하니 시스템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고 때로는 마우스가 말썽을 부렸고 또 갑작스레 화면이 먹통이 되는가 하면 자꾸 다운이 되기도 하였다. 애타다 못해 체면없이 젊은 파트너한테 수업 대신해주십사 하고 청을 들가고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한 두 시간도 아니고 마냥 동료한테 손을 내밀 수 없었다. 남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에 뒤걸음을 칠 수는 없었다. 나는 팔을 걷고 나섰다

우선 교연실에 가서 나의 사무용 컴퓨터를 안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하는 가 싶었는데 실수도 하였다. 다른 학과 수업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내가 로그인하는 바람에 그 교원은 강의를 계속 할 수 없었고 또 내가 수업을 연장하여 그 다음 학과 수업에 영향을 주고…그리고 수업도중에 답답해 미칠 지경이였다. 애들 얼굴을 보지 못하고 하는 수업이라 강의하다가 제문하면 묵묵부답이라 용 빼는 수가 없었다. 지명을 하면 모르쇠를 대거나 마이크가 없습니다 하고 문자를 보내고…내 눈으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애들을 마구 나무랄 수도 없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애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강의도중에 갑자기 찌르륵 찌르륵 소리가 나기도 하고 소리가 낮아지거나 확실히 핸드폰이 다운될 때도 있단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하면서 드디여 온라인 수업도 현장수업처럼 습관이 되였다. 조선어문학과는 다른 학과에 비해 공유자원이 부족하기에 PPT도 스스로 제작해야 했다. 게다가 수업에서 PPT를 자주 사용하지 않았기에 손에 익숙치 못해서 한 시간 수업준비를 하는 품이 평소의 몇배나 들었다. 다행이 그래도 여러 차례의 교원강습은 빠지지 않고 다녔기에 영상자료를 수집해놓은 것도 있고 또 형제학교 동료 선생님들의 교수자원을 빌리기도 하고 하여 차츰 온라인 수업도 제 궤도에 들어서게 되였다.



제자들과 함께

컴퓨터 화면의 저 쪽에서 보이지 않는 나의 학생들이 강의를 얼마나, 어떻게 듣고 있는가를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누구 누구는 과문 몇페지를 랑독해라, 수업이 끝난 후 모두들 필기장을 사진 찍어 보내라 하고 닥달하였다. 작문숙제도 나의 메일에 보내오게 하여 하나하나 읽으면서 고치고 수정의견을 다시 보내주고 하느라니 눈알이 빠질 지경이였지만 그래도 작문책에 바칠 때보다도 띄여쓰기, 철자를 틀리지 않으려고 정성을 다한 열정이 가상하게 보여 까근히 읽었다. 두 차례의 작문숙제에서 학생들이 학교, 반급 친구들, 선생님들에 대한 그리움 등을 읽노라니 그들의 진심이 와닿아서 얘들도 마음고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턱대고 학생들을 나무랄 것도 못되였다. 현장이 아닌 화면으로 사회자만 볼 수 있는 온라인회의가 그 실례를 말해주었다. 며칠 전 연변주 고3 조선어문교학 질량검사총결분석 온라인회의가 있었다. 두달 남짓이 남은 대학입시를 앞두고 하는 회의이기에 자못 중요하였다. 또한 마지막 승부겨룸인 전주 통일시험 분석도 하기에 무척 기대하던 회의였다. 여느 때 같으면 이 회의는 열 띤 토론에 혹시나 무슨 정보라도 흘러나오지 않을가 하여 질문하고 대답하느라고 하면 회의시간이 항상 지연되였다. 하지만 이번 온라인 회의는 달랐다. 마지막에 사회자가 질문기회를 줬지만 잠잠하였다. 모두들 학생들처럼 묵묵부답, 질문도 없었다.

80여일의 온라인수업을 하면서 나는 다시한번 교원직업에 대해 느껴보지 못한 신선함을 가져보았다. 친구들은 무척 궁금해하였다. 어떻게 온라인 수업을 하지? ...

준비된 삶을 사는 생활은 힘들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무슨 일을 당할 지 , 어떤 시련이 올 지 , 또 어떤 도전에 직면할 지 모른다. 과거는 사라진 연기와 같다. 피여오르는 아침안개를 보면서 오늘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래일의 꿈을 그려보는 삶, 우리의 삶은 오늘을 보람있게 살아야 하고 래일을 위한 여백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봄이 왔건만 시름놓고 봄바람을 맞지 못하고 화사한 봄꽃을 제대로 구경 못하고 있다. 하지만 따뜻한 봄날과 함께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절정기를 피해 개학을 한다고 한다. 18일, 내가 맡고 있는 고1 학년이 개학을 한다. 온라인 수업에 습관이 된 현재에서 다시 과거의 현장수업으로 돌아가 학기를 마쳐야 하고 온라인 수업에서 결여된 내용을 보충해야 한다.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교단에서 별처럼 빛나는 애들의 눈을 바라보면서...

/최소천(필자는 도문시 조선족중학교 교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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