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글 조연경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너무 짠하고 슬프고 울컥하고..그래서 좋았어요"
김혜수에게 펩시는 곧 김혜수다. 영화 '도둑들' 최동훈 감독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배우들을 이리 저리 조련했다. 판타지스러운 도둑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왠지 내 주위 어딘가에 있을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실제 우리가 알고있던 배우들의 특징과 캐릭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둑들'을 보면 펩시는 "넌 젊고 예뻐서 좋겠다"는 씹던껌(김해숙)의 말을 들은 후 "화장빨이야, 속은 다 썩었어"라는 한 마디를 내뱉는다. 여전히 아름다운 대한민국 톱 여배우의 말이라 더 웃긴다. 하지만 스스로는 은근한 공감대를 느끼지 않았을까. 김혜수는 "외면적 아름다움을 적절하게 지켜주는 우리 스타일리스트에게 무한 감사하다"는 쿨한 답변과 함께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지금 앞에 있는 여배우 김혜수도 화장빨에 속은 다 썩었어요. 진짜로! 안 믿네?(웃음) 최동훈 감독님한테도 말했어요. '어떻게 혜수씨는 아직도 예뻐?' 하시길래 '이거 다 화장빨이야'라고. 하하. 김해숙 선배와 함께 나오는 그 장면이 난 가장 좋아요. 내 혼이 다 뺏기는 기분이 들거든. 관객 입장에서도 너무 와 닿지 않아요?"
본인의 대사뿐만이 아니다. 최동훈 감독의 언어유희는 씹던껌을 통해 더욱 빛났다. "영화 스토리 상 나와 씹던껌의 담소는 어쩌면 빠져도 그만인 장면이다"고 밝힌 김혜수는 "하지만 최동훈 감독이 그 신을 선택한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고, 개인적으로 씹던껌의 대사에 내 마음 역시 홀딱 뺏겨버렸다"며 "너무 맛깔나는 말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도 이제 세금 좀 내면서 당당하게 살고 싶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 아니 동거 하면서"라는 씹던껌의 짧은 대사는 씹던껌이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지 단 한 번에 함축시킨다. 씹던껌도 과거엔 예니콜 펩시와 같은 전력이 있다. 도둑임과 동시에 누군가의 엄마인 그녀를 보며 펩시 김혜수는 자신의 미래를 내다봤다.
"펩시는 멀지 않은 자신의 미래를 바라봤을 거예요. 그 모든걸 한 장면에서 예측할 수 있다는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그 대사와 장면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감독이나,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김해숙이라는 배우나 모두가 위대해요. 관객의 기대치를 충분히 넘을 것이라 생각하구요.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무엇인지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어 더 행복했어요."
'도둑들'을 촬영하면서 오랜시간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는 김혜수는 '다이아몬드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건 기적이지만, 여러분들은 그 기적을 만들어내겠죠'라는 대사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버텨냈다고 말했다. "기적이 우리 임무구나" 김혜수의 용기를 북돋아준 그 한 마디는 꿈의 흥행 1,000만 관객 돌파라는 기적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조연경 j_rose1123@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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