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강산이 아득히 서로 마주보며, 수교 20년 한·중 양국의 우애 깊어라 (漢江和長江, 山水遙相望, 建交二十載, 中韓情意長).

동양의 진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태평성대 이루며 함께 부강해지세 (東方之珠幷肩立, 盛世繁榮共富强).”

이는 한중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잘 표현한 구절이다.

한∙중관계 20주년, 새 역사의 개막

오는 8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钓鱼台)에서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새 역사의 개막을 알렸다. 양국은 서로 간에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여러 방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며 동반자 관계를 다져왔다.

수교 당시 연간 13만 명 수준에 불과했던 양국 방문자 수는 지난 해 660만 명을 넘어서 20년전과 비교해 무려 40배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양국 교역액은 지난 해에만 2,206억 달러로 20년 새 약 35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류의 영향으로 K팝과 한국 TV 드라마 등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이미 중심 문화로 자리 잡았다.

정랭경열(政冷經熱) 개선해야

정치ㆍ외교 관계도 협력동반자 관계에서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꾸준히 격상돼왔다. 하지만 경제ㆍ문화 분야 교류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것에 비해 정치ㆍ외교 분야에서는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교 후 정상외교와 각종 접촉을 통해 상호 이해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사안에 대한 중국의 북한 문제에 대한 시각차는 여전히 크다. 여기다 탈북자 문제의 인도적 해결을 바라는 한국의 입장을 외면하고 있고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 씨 고문 파문마저 발생하면서 양국의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관할권 주장, 동북공정 같은 역사 왜곡 문제, 중국어선 불법조업 및 해양경계획정 등도 양국 관계의 발전을 가로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中도 한∙중 수교 20주년 기대감 드러내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새로운 출발점에 서다’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게재하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1990년 화물선 한 척이 인천항에서 출발해 중국 웨이하이(威海)로 향하면서 한∙중간 첫 해상항로가 개통됐고, 그로부터 2년만인 1992년 양국이 수교했다”고 수교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한∙중 양국의 정치, 경제무역, 인문 등에서 빠른 발전을 일구고, 풍부한 성과를 거둔 것은 양국 정부와 국민이 관계발전 및 증진에 공동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수 년간 중국 경제력이 증강되면서 양국간 일정 부분 경쟁이 있었지만, 상호보완의 잠재력을 여전히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협상 중인 한∙중 FTA가 체결되면 양국간 협력의 잠재력이 표출되고 동아시아 및 아태지역의 경제무역협력에 이정표적인 의의를 갖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애증관계 벗어나 미래 비전 공유해야

경제관계의 발전에 걸맞는 정치적 신뢰 구축 선린우호(睦邻友好),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등을 위한 소통강화(加强沟通),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협력을 위한 지역안정(稳定地区), 양국 간 경제통상 및 투자 협력의 확대를 위한 공동번영(共求繁荣), 장기적 관계발전 기반 구축을 위한 미래공유(共享未来), 같은 것은 추구하고 다른 것은 녹여 없애자는 구동화이(求同化异)는 신각수 주일대사가 지난 2010년 외교통상부 제1차관 시절 한∙중관계의 미래 협력방안을 위해 제시한 ‘24자 방침’이다.

한·중 관계가 지난 20년 동안의 애증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앞선 24자 방침을 토대로 향후 20년을 내다보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 미래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또한 전략적 협력동반자이자 동북아 역내 평화안정의 공동 구축자로서 한국정부는 저자세 외교에서 탈피해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외교를 펼쳐 중국과 실질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을 크고, 멀리, 깊은 자세로 바라보는 혜안을 길러 과거 수천 년 간 이어져왔던 역사의 또 다른 협력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가야 할 때이다.

Posted by: 김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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