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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정을 쏟은 직업에 평생을 걸다—길림통화시설사무소 교량턴넬작업직장 제1정비소조(2)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3.05.05일 22:33



“동북 땅에 우뚝 솟은 장백산은 변강 땅을 굽어보고 창해 멀리 새벽 빛이 비치는 대황추에 홀로 서있네.” 장백산의 웅장함과 장려함을 한눈에 안겨오도록 표달한 청나라 시인 오조건의 시는 장백산의 험준함과 황량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한평생 이런 곳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으련만 통화시설사무소 교량턴넬작업직장 제1정비소조 조원들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봄에는 녹아 내리는 눈과 굴러떨어지는 돌을 막아내야 하고 여름엔 혹서와 홍수가뭄을 이겨내야 하며 가울에는 마른 나무가지를 잘라내야 하고 겨울엔 엄동설한을 헤쳐나가야 한다. 수십년간 간고한 환경 속에서 종일 바삐 돌아쳐야 했지만 제1정비소조 조원들은 그 누구도 리직을 제기한 적도 없다. 그들은 다시 직업을 고르는 기회가 있더라도 그냥 철길을 따라 순시 정비를 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달픈 직업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한번 정을 쏟은 직업에 평생을 걸고 사랑해왔다.

‘군인오빠’가 ‘얼음오빠’로

제1정비소조는 13명 가운데 9명이 부대에서 총대를 멘 적이 있는 명실상부한 ‘군인오빠’들로 모였다.

겨울철 장백산은 날씨가 추워 물방울이 밖에 떨어지면 그 자리로 얼어붙는다. 철도선의 배수로, 턴넬은 끊임없이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얼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얼음층이 두꺼워져 렬차의 안전을 직접 위협한다. ‘군인오빠’들은 밤낮이 따로없이 얼음과 얼굴을 맞대고 작업해 정말 ‘얼음오빠’로 변하고 만다.

로령턴넬은 전 매(하구)집(안)철도선에서 제일 긴 턴넬로 전체 길이가 2,323메터이다. 건설된 지 오래되고 설비가 로화하여 겨울만 되면 턴넬 량쪽 벽과 둥근 천장에 물이 흘러내려 얼음기둥이 내려앉는다. 해마다 11월부터 그 다음해 4월까지 제1정비소조는 륜번으로 턴넬을 지키며 결빙 정황에 따라 얼음을 까낸다. 밤낮을 가릴 새 없이 그렇게 반년을 작업한다.

겨울철 새벽 두시는 얼음이 제일 세게 붙는 시각이다. 턴넬을 지키는, 두터운 작업복을 입은 ‘군인오빠’들이 작업 공구를 들고 턴넬로 들어간다. 깊은 밤 새깜한 턴넬 안은 음침하고 못시 추워 뼈를 갈아먹는 듯 하다. 손전등과 머리등으로 그들은 턴넬 량쪽 벽과 둥근 천장을 자세히 검사한다. 벽에 얼음기둥이 달렸으면 곡괭이로 내리치고 천장에 얼음층이 생겼으면 막대로 얼음을 내리깐다. 까낸 얼음 부스러기와 덩어리는 자루에 담아 메고 내다 버린다. 얼음을 가득 담은 자루는 무게가 족히 30여키로그람이나 되여 작업을 한번 하고 나면 적어서 20~30자루, 많게는 60~70자루를 메여 날라내군 한다. 그렇게 작업을 끝내고 나면 모든 사람이 숨이 가쁘고 온몸이 땀투성이가 된다.

매집선 159키로메터 곳에 위치한 배수로 근방은 해마다 겨울철이면 중점적으로 지키는 구간이다. 배수로가 산골짜기에 자리잡아 중형 기계를 들여놓지 못한다. 방법이 없어 ‘얼음오빠’들은 인공으로 얼음을 거둬내야 한다. 어떤 구간은 배좁기까지 해 허리를 굽혀야만 작업할 수 있다. 10메터 길이 되는 배수로에 얼음층이 강철같이 딱 달라붙어 몇사람이 륜번으로 전기삽으로 얼음을 긁어내야 한다. 얼음부스러기가 보안경과 얼굴에 튀여 탁탁거리며 스쳐 날아간다. 순식간에 얼굴이 불그스레 타오르고 얼굴에 얼음이 얼어붙는다. 옷은 흙탕물이 튀여 삽시에 ‘얼음갑’으로 얼어붙어 걸음을 걸으면 와작와작 하고 소리가 난다.

“이 얼음은 한시간에 10여센치메터씩이나 자라 제때에 깍아버리지 않으면 렬차의 운행안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작업반장 류전쌍은 겨울에는 얼어쌓인 얼음과 겨루어야 한다며 규정된 시간내에 얼음을 깨끗이 깍아버려야만 피해를 없앨 수 있다고 말한다. 겨울철이면 ‘얼음오빠’들이 다리 밑과 배수로 내부, 턴넬 안에서 까낸 얼음만 해도 거의 한 수영장만한 1,500여립방메터나 된다.

제일 큰 시련은 ‘땡볕’

삼복철 8월이면 해가 땡땡 내리쬐여 철궤는 닭알을 삶아낼 만큼 뜨겁기 짝이 없다.

매집철도선 127키로메터 282메터 되는 곳과 가까운 제1훈강의 강반기둥교량는 무더운 파도가 덮쳐드는 듯 하여 전반 강반기둥교량은 마치 로천 ‘레인지’와도 같다.

다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제1정비소조는 달마다 다리 우의 908개 침목, 606개 나무보호나사, 1,816개 후크나사(钩螺栓)와 지지대를 전면 검사하고 3개월마다 한번씩 정비를 한다.

땡볕 아래에서의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의 몸에 배였다. ‘천장’(天窗)을 시공하는 시간을 리용하여 그들은 분공하고 협조하면서 부식된 나무덮개는 빼내고 새 나무덮개를 깔아주며 나무보호나사를 꼭 틀어막는다…

점심시간이면 궤도 온도는 근 섭씨 50도로 달아오른다. 머리 우는 불같이 타오르는 태양이고 발 아래는 끓어번지는 강철궤도이다. 이중 ‘땡볕’ 속에서 몇분이라도 작업하면 금방 땀이 비물처럼 흘러내린다. 하지만 강반기둥교량의 부품을 이름 적듯이 검사하고 2,422개 후크나사와 나무보호나사를 전부 다시 틀어막는다. 전반 작업을 끝내자면 적어도 4~5시간은 족히 걸린다.

고공 작업을 해야 하는 ‘산골짜기’에 위치한 우공교에 대한 검사 난이도는 더욱 크다. ‘1990년대’ 생인 반장 왕굉지가 안전띠를 차고 검사 사닥다리에 오른다. 한손으로는 옆의 손잡이를 꼭 잡고 한손으로는 공구를 들고 주추대의 지지대 나사가 흔들리는지 기둥 밑에 금이 갔는지 자세히 검사한다. 고온 아래 50여메터 높은 공중에 걸려 작업하느라면 금새 온몸에 땀이 흠뻑 젓고 쑤시며 손발이 저려난다.

“왕동무, 빨리 내려오오, 우리가 좀 할테니.” 매번 그럴 때면 조원들은 모두 큰 소리로 불러 내리고 서로 안전띠를 달고서는 그를 대신해 나선다.

사람은 한패한패씩 바뀌였지만 일은 질서정연하게 벌여나갔다. 강철궤도 우에 흘러내린 구슬땀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많지만 눈깜박할 새 없이 말라버렸다.

‘턴넬을 지키는 사람’이 새해를 지킨다

로령턴넬 어구에는 나즈막한 집이 하나 있다. 제1정비소조 조원들이 순시 정비 작업을 하면서 휴식처로 쓰는 순시방이기도 하고 직원들의 제2의 ‘집’이기도 하다. ‘집’은 30평방메터로 그리 크지 않지만 꽤 아늑하다. 해마다 양력설과 음력설에 ‘턴넬을 지키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새해를 지킨다

새해는 아주 의식감있게 지낸다. 문에는 춘련과 복자를 붙이고 구들에는 과일, 해바라기씨, 락화생과 사탕을 펴놓고 밥상에는 닭고기, 오리고기, 물고기, 고기료리를 올려놓는다. 하지만 교자는 이튿날 아침에 먹을 수 밖에 없다. 그믇날밤에도 예전처럼 턴넬에 들어가 두 번이고 얼음을 깨내야 하기 때문이다. 날이 어렴풋이 밝아오자 얼음을 깨러 갔던 대오가 돌아온다. 류전쌍과 공여문이 벌써 물만두를 다 빚어놓았다. 부엌칸 가마에서는 김이 물씬물씬 피여오르고 난로 안 장작은 탁탁 하고 소리를 낸다.

뜨근뜨근한 양배추고기물만두가 상에 오른다. 조약명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아들이 영상에 뜬다. “아버지, 집에 와 음력설을 못 쇤지가 벌써 3년 째예요. 아버지가 제대로 드시지 못할 것 같아 엄마가 걱정이예요. 좀 있다가 삶은 게와 새우를 갖다 드릴게요.”

“여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당신들과 턴넬이 모두 평안하기를 바랄게요!” 안해가 아들 어깨 우로 얼굴을 내밀고 웃으며 말한다.

“고마워요. 당신!” 평소 강철 같은 사나이도 금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 담아둔 그 말은 끝내 못했다.

/길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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