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성세희 기자][창천동 살인사건 1심 선고… 울음보 터진 유족 "진짜 주범은 박씨"]
↑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5월8일 서대문구 창천동 근린공원에서 대학생 김모씨(20)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윤모군(18)과 이모군(16)에 대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진짜 주범은 고작 징역 7년형을 받다니…"
24일 오전 11시. 판결을 마치자 일순간 고요해졌다가 한 여성이 울음을 터뜨리자 정적이 깨졌다. 숨진 김씨의 어머니 A씨였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주범보다 이들을 부추긴 박모씨(21·여)에게 더 큰 분노를 느꼈다. A씨는 "박씨가 범행을 부추겼는데 징역 7년은 너무 짧다"며 "어떻게 이렇게 판결이 나올 수 있느냐"고 울먹였다.
A씨는 판결이 내려지자 다른 가족을 끌어안은 채 오열했다. 울음을 삼켰다가 재차 주변 식구에게 박씨 형량을 묻더니 "말도 안 된다"고 되뇌며 울었다. A씨 등 김씨 유족은 이군 등이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것만으로도 충격에 휩싸였다.
김씨의 아버지(50)는 선고 직후 "이군과 윤군 등은 검찰이 구형했던 형량보다 높았지만 박씨는 되레 형이 깎였다"며 "(이들은)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는데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아서 억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종호)는 이른바 '창천동 살인사건' 주범 이모군(16)과 윤모군(18)에게 징역 20년, 홍모양(16)에게는 징역 장기 12년, 단기 7년을 선고했다. 다만 박씨에게는 김씨를 살해할 계획을 알았으면서도 방관한 혐의(살인방조)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박씨와 이군 등은 숨진 김씨와 온라인게임 '마비노기' 등에서 친분을 쌓았다. 박씨는 김씨와 올해 1월부터 연인관계로 지냈지만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충돌했다. 김씨는 결국 3개월 뒤 박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자 박씨는 김씨를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내쫓고 따돌리기 시작했다.
감정이 상한 김씨가 박씨와 이군 등에게 협박 문자를 보내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박씨는 이군 등과 카카오톡 등으로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김씨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눴다.
윤군은 이군 등과는 친했지만 김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단지 이군과 홍양 등이 얘기한 김씨 험담을 듣고 같이 격분했다. 이군 등은 인터넷 메신저 등으로 논의한 끝에 지난 4월30일 김씨를 창천동 근린공원으로 불러내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했다.
법원은 이군 등이 비록 청소년이고 초범이지만 중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군 등이 계획과 달리 김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범행 후 여자친구인 홍양 등과 데이트 약속을 잡는 등 문자 내용에서 죄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군 등은 인터넷 보도를 본 뒤 완전 범죄를 저지르지 못해 아쉬워하는 대화 등을 주고받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사전에 계획한 범행임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씨에 대해서는 "김씨를 살해하고 싶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낸 뒤 지속적으로 이군과 홍양 등에게 살해 의지를 북돋았다"면서도 "이군 등을 정신적으로 도운 정도로 그쳤던 정황 등을 고려해 유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종호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이 특이한 점이 많아 양형판결에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이군 등은 잔혹한 수법으로 김씨를 살해했지만 범행 당시 만 19세 미만이므로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