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중에, 기금으로, 예산 아껴서” … 재원 대책은 아리송
● "벼락치기 공부한 사람 답 못 적은 듯한 느낌"
● 현실·구체성 부족 지적받는 공약
‘무엇을’은 있지만 ‘어떻게’는 없었다. 대선에 나선 세 후보는 ‘10대 공약’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추상적인 계획을 밝혔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내년엔 세수가 13조원가량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인데도 그렇다.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란 공약의 경우 재원조달 계획 항목엔 ‘추후 발표’라고만 적혀 있었다. 상당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한국형 복지체계 구축’ 역시 재원조달 항목에 ‘세부 공약을 발표하며 재원소요 추계와 재원조달 계획도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적어놨다.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혁명’ 부분에서 전 산업에서 비정규직 비중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법정 정년 60세를 도입해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재원조달 계획엔 ‘일반회계 및 기금 활용’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모두에게 평등하고 질 좋은 교육기회 제공’이란 공약에는 ‘고등·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개정을 통한 예산 확충’이라고 답했다. 문 후보는 병력 감축과 군 현대화 방안도 제시했는데 병력을 줄여 얻는 비용 절감 효과보다는 전력화 사업에 추가로 드는 돈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갈 국방예산을 어디에서 조달할지에 대해선 ‘일반회계, 국방경영 효율화로 충당’으로만 밝혔다.
안철수 후보도 ‘자영업자,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중소기업, 대기업의 상생 생태계 조성’이란 공약의 재원조달 계획에 대해 ‘불요불급한 예산 절감 및 우선순위 조정, 조세감면 축소 및 실효세율 인상’이라고 포괄적으로 답변했다. ‘튼튼한 안보 기반의 평화로운 한반도와 북방경제시대’ 공약에선 ‘예산 절감과 우선순위 조정으로 조달하되 사업 성과에 따른 세수 증대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책 실현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안 후보는 농·어업 분야 공약으로 ‘농·어가 소득증대에 정부 역량 집중’ ‘환경친화적 농·어업 집중 지원’을 밝혔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안 후보가 약속한 ‘과학화·전문화된 국군 육성’이라는 안보 관련 공약은 추상적 목표인 데다 ‘현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신개념·신기법의 관리혁신, 운영혁신’이라는 국군 과학화·전문화 방안은 모호하다.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평소 공부를 안 하다가 벼락치기를 한 사람이 답안을 적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대선 D-50일까지 후보들에게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 등을 제시하도록 다시 한번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