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당뇨병이 우울증 발병을 증가시키는 이유를 밝혀냈다.
이화여대 약대 류인균 교수(사진)와 미국 유타대학 뇌연구소 페리 렌쇼 교수, 미국 조슬린 당뇨병센터 앨런 제이콥슨 교수 공동연구팀은 당뇨병에 걸리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 뇌 손상이 나타나면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29일 밝혔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5~10%를 차지하는 '제1형 당뇨병'에 걸리면 우울증 발병률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두 병의 상관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었다.
연구팀은 당뇨병에 걸린 환자군을 조사한 결과 과거에 우울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환자일 경우 뇌에 있는 상측 전전두엽의 두께가 얇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혈당 조절과 관련이 있는 상측 전전두엽 손상이 우울증과도 연관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류 교수는 "당뇨병에 걸린 뒤 우울했던 에피소드를 겪은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상측 전전두엽 두께가 더 얇아졌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에 걸리면 혈당 조절이 안돼 상측 전전두엽의 손상이 심해지고 이것이 우울증 발병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또한 우울한 기억을 갖고 있는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조절이 안될수록 상측 전전두엽 두께의 감소 정도가 더 컸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이번 연구로 당뇨병에 공존하는 우울증의 신경생리학적 기전을 이해하게 됐다"며 "제1형 당뇨병의 조기 치료와 예방을 위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및 정신의학 분야 권위지인 '일반정신의학회지' 23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