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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향 가는 길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11.19일 11:21
(룡정)김정섭

국경절 어머님 3년제를 지내러 화룡에 갔다. 제사가 끝난후 나와 안해는 나의 태줄을 묻은 고향에 가보기로 하였다. 딸과 함께 갔더라면 좋았으련만 일에 쫓기는 딸은 그냥 훈춘으로 가버렸다.

택시가 소골령 아흔아홉고개 굽이굽이를 비스듬히 톺아 달리노라니 어지럼증이 있는 안해는 자주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가을풍경이 다분한 소골령의 황홀한 단풍과 기묘한 산세에 저도 모르게 감탄을 토하군 했다. 동남쪽으로는 조선이 환히 보였고 상류인 두만강을 거슬러 달리면서 보노라니 두만강 건너편 조선의 산변두리는 칼로 벤듯한 절벽에 은띠같은 한줄기 폭포까지 조화를 이루면서 제법 한폭의 수채화를 방불케 하였다. 포장길 량옆에는 단풍든 나무들이 주인인양 줄느런히 서서 길손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고 미술가의 세련된 손에서 다듬어진 미술작품처럼 가지런히 줄무늬 간 절벽들이 머리우에서 내려다 보고있어 그 풍경이 한결 아름다왔다.

정자뒤로 홍기하폭포가 쏟아진다.

하천벌을 지나 군함산기슭에 오붓하게 자리 잡은 하늘아래 첫 동네ㅡ숭선진 고성리에 이르렀다. 장장 50여년만에 찾아 오는 고향, 고향의 산언덕 어디선가에서 아버지께서 무정하고 불효한 이 자식의 초라하고 늙수그레한 모습을 내려다 보시는것만 같아 《죄송합니다. 아버지!》하고 아버지산을 향해 목터지도록 웨치고싶었다. 내가 4살 나던 해에 돌아가신 아버지, 평생 한번도 아버지를 불러보지도 못한 설음과 한이 북받쳐 올라 실컷 아버지를 부르고싶었다. 목청껏 부르면 화답이 오련만 두만강은 왜 소리높이 출렁이고 군함산은 왜 그리도 치열하게 몸부림치는가?

인젠 어머님마저 돌아가셨으니 아버지의 산소를 더는 찾을 길 없게 되였다. 50여년의 긴긴 세월 손길이 닿지 않았던 외로운 묘지를 어데가 찾으랴? 언제부터인지 나는 그냥 고성리를 아버지집이라 생각했고 군함산을 아버지산이라고 믿어왔다.

안해의 요청으로 고성리에 자리잡은 화룡시풍경구인 홍기하에 가보기로 했다. 길이 생소했던 우리는 도보로 5분이면 갈수 있는 거리를 15원에 택시를 타고갔다. 홍기하는 말그대로 도화원이였다. 거기에 장관인 폭포까지 있어 더 아름다웠다. 아찔한 산꼭대기를 가리마처럼 곱게 가르고 쏟아져 내리는 한줄기 하얀 물줄기, 볼수록 신기하기만 한 폭포였다. 쉼없이 내리는 폭포로 하여 마을은 오붓하고 아담해보였다.

아버지께서는 외롭고 쓸쓸하게 오늘을 기다렸고 래일도 기다릴거다. 고성리의 산과 물은 모두 아버지를 닮은것 같았다. 어지러운 세월에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라진배농장에 자리를 정해놓고 돌아오시다가 두만강에서 수중고혼이 된 아버지, 남평해관 직원들에 의해 임자 없는 시신으로 군함산기슭에 묻힌 아버지, 아버지 령혼이 살아 숨쉬고 나의 태줄이 고스란히 묻혀있는 고성리는 정녕 나의 사랑스러운 고향이다. 50여년을 눈물없이 꿋꿋이 살아왔지만 결국은 고향땅에 와 사나이의 눈물을 쏟고 또 쏟았다.

짤리운 군함산 꼬리를 빠져나오면서 어딘가에서 넉가래같은 손을 젓는 아버지가 있을것 같아 자꾸만 차창뒤 유리창을 내다보았다. 아버지께서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손을 저으시면서 따라오기라도 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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