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은 그동안 일본이 보여온 왜곡된 역사인식, 영토갈등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중·일 간 영토분쟁이 가열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한·중·일 3국이 2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공동발표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선언’은 예정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한곳에 모인 자리에서 이뤄지는 게 당초 시나리오였으나 결국 무산됐다. 원 총리가 노다 총리와 “같은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3국 정상회의를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한·중·일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매년 별도의 3국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순서에 따라 이번에는 중국이 ‘호스트’로 결정권을 갖고 있다. 다만 3국 FTA의 중요성을 감안해 통상장관들이 모여 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이마저도 중국의 일본 기피증으로 파행을 겪었다. 주최 측인 중국은 방송을 통해 일본 장관과 자리를 함께하고 손을 맞잡은 장면이 나가는 것을 꺼려해 언론의 방송카메라 촬영을 불허했다. 사진 촬영만 허용됐다.
아세안+3 정상회의장에서도 일본에 대한 냉랭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대통령과 원 총리는 반갑게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지만, 노다 총리는 이들과 악수조차 교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일본은 도마 위에 올랐다. 원 총리는 “(영토·영해분쟁은) 일본이 군국주의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이 대통령도 “일본의 우경화가 주변국들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놈펜 =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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