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운영 방송취재차 등에

이 공군, 유례없는 조준 폭격

AFP건물 공습 등 외신 위협도

텔아비브 폭탄테러 10여명 다쳐

7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폭격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야만의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언론인까지 조준사격하기 시작했고, 가자지구 내부에서는 배신자를 처단한다며 이스라엘에 협력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즉결처분하는 일이 벌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2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공군이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이 탄 차 2대를 조준폭격해 3명의 언론인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중 2명은 하마스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방송 <알아끄사>의 언론인이며, 다른 한명은 민영 라디오 방송인 <알꾸드스>에서 일하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은 <알아끄사>의 마흐무드 쿠미와 훗삼 살라마가 병원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들이 탄 취재차량을 미사일로 조준사격했다. <알꾸드스>의 직원 무함마드 아부 아이샤도 차량이 가자시티 한복판에서 이스라엘 공군의 미사일에 맞아 폭사했다.

몇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언론인들이 취재중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조준사격을 당한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외신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숨진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이 하마스의 조직원으로 테러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증거는 내놓지 않고 있다. 방송사 쪽은 이들은 어떤 폭력행위에도 가담한 적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알아끄사>의 무함마드 수라야 국장은 “그들은 이스라엘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기록하고 전세계에 알리는 전장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가자시티의 미디어센터 건물 2곳을 폭격했던 이스라엘은 20일에도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입주한 건물에 공습을 퍼부어 취재활동을 방해하고 외국 기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폭격 초기부터 하마스 조직원들을 조준타격하고 있다. 주된 타격 대상은 이스라엘로 로켓을 발사한 곳이나 하마스 요인의 집 등이다. 하지만 130명 이상의 사망자 중 민간인이 50명을 넘는 등 오폭을 하는 경우도 잦아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상업도시 텔아비브에서도 팔레스타인 쪽 범행으로 추정되는 버스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한 10명이 다쳤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경찰이 인근 도로를 차단한 채 용의자를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 협력한 것으로 의심되는 가자 주민 6명을 총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복면을 한 이들이 20일 라드완 지역 네거리에서 승합차를 세우고 6명을 끌어내려 그 자리에서 총살했다. 일부는 오토바이에 주검을 매달고 달리면서 “스파이, 스파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마스 산하 무장조직 잇즈 앗딘 알까삼 여단은 이들이 이스라엘에 하마스 무장대원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자신들이 처단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