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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한인들 물폭탄 ‘봉변’ 당하기만 하는 이유

[기타] | 발행시간: 2012.12.04일 08:32

호주 시드니 시내 피트 스트리트와 리버풀 스트리트 교차점의 신호등에 ‘코리아타운 (Koreatwon)’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호주 현지인들도 이 지역의 한국 음식점과 상점 들을 많이 찾는다. 시드니=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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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에 사는 권모 씨(45)는 올 8월 출근길에 ‘물폭탄’을 맞았다. 인도를 걷던 그에게 차를 타고 지나가던 호주 10대 청소년들이 비닐봉지에 물을 담아 던진 것. 셔츠가 흠뻑 젖은 그를 보고 아이들은 웃으며 욕설을 쏟아내고 빠르게 사라졌다.

호주에 산 지 12년이 넘었지만 권 씨는 “길을 걸을 때 항상 뒤를 살피며 여전히 조심스럽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집과 회사 모두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지만 부인과 산책을 나가면 1년에 몇 번씩은 욕을 하고 지나가는 호주 젊은이들과 맞닥뜨린다. 그는 “교민끼리 모이면 10명 중 7, 8명은 다들 인종차별적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드러내놓고 말을 못할 뿐”이라고 했다.

강도 폭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주 현지에서 만난 유학생과 교민들은 권 씨와 마찬가지로 단지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무형의 폭력을 겪고 있었다. 호주의 한 대학에 다니는 장모 씨(20·여)는 “밤에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차에서 달걀이 날아왔다”고 말했다. 교민 오모 씨(35)도 “지하철에서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아시아인들은 시끄럽다’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큰소리로 떠드는 건 백인도 마찬가지인데 꼭 동양인에게만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다. 유학생과 교민들의 이 같은 경험이 알려질 경우 바로 한국인 대상의 관광과 유학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호주에 30년 동안 살았다는 최모 씨(64)는 “폭행 강도 사건뿐만 아니라 ‘인종차별까지 있다’는 말이 자꾸 나면 당장 호주로 여행을 오거나 유학 오는 사람이 줄지 않겠느냐”며 “한국 식당, 슈퍼마켓, 유학원 등은 직격탄을 맞기 때문에 다들 (인종차별 관련) 말을 안 한다”고 했다. 2009년 멜버른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인도 유학생 연쇄 폭행 사건 이후 12만 명에 달하던 호주 내 인도 유학생은 올해 3만7000여 명으로 급감했다.

강도와 폭행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호주 대학교 한인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모 씨(22)는 “학교 근처에서 밤중에 강도를 당하는 동양인 이야기는 흔하지만 영어가 서툴러 신고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어렵사리 신고해봤자 못 잡는 사건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시드니에 머물고 있는 한국 여성 A 씨는 지난달 13일 새벽 백인 3명에게 강도를 당했다. 흉기를 든 강도는 가방과 휴대전화만 빼앗는데 그치지 않고 주먹으로 A 씨 얼굴을 때렸다.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한 달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A 씨는 “아무 연락이 없어 수사 진행 사항을 묻는 e메일을 보냈지만 경찰은 자세한 안내 없이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호주 경찰은 피해자에게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호주 현지 경찰 관계자는 기자에게 “아시아 유학생들이나 관광객들은 길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현지법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언어적인 한계도 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쉽게 범행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교민사회 일부에서는 집단폭행에 다른 의미가 깔려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한 한인회 관계자는 “시드니에서 발생한 한국인 폭행 사건 2건의 경우 돈만 뺏으면 되지 왜 골프채 등으로 때렸겠느냐”며 “호주 백인이 강도 사건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집단폭행 당했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사라졌다지만 일부 호주인의 마음속에 백호주의가 살아 있다고 느낄 때마다 아쉽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시드니=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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