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살을 빼기 위해 닭가슴살을 먹는 것이 거의 ‘트렌드’처럼 굳어졌다. 그런데 앞으로는 심장이 약한 사람들도 닭가슴살을 충분히 먹어야 할 것 같다.
닭가슴살이 어떻게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닭가슴살에 풍부한 카르니틴 성분 때문이다. 카르니틴이 협심증 등 심장 질환 예방에 좋다는 것이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입증됐고, 실제로 약제로 처방되기도 한다. 차근차근 닭가슴살의 성분들을 다시 따져보자.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닭가슴살의 효능에 대해 이미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을 것이다. 닭가슴살은 저지방 고단백식품으로 마음껏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다. 우리 몸이 요구하는 필수아미노산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단백질 덩어리다. 그래서 닭가슴살은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게 도와준다.
우선 지방질의 경우 닭가슴살은 소고기 및 돼지고기에 비해 포화지방산은 낮고, 다가불포화지방산 비율은 높다.(표 참조) 철, 마그네슘, 인, 칼륨, 아연, 구리, 셀레늄 등 각종 무기물도 고루 함유하고 있다. 또한 닭고기에는 티아민, 리보플라빈, 니아신, 판토텐산 등 비타민 B복합체가 풍부하며, 특히 판토텐산 함량은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높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영 선수인 박태환이 체중조절을 하면서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닭가슴살을 즐겨 먹는 것도 다 그런 성분들이 닭가슴살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처럼 체중 조절하면서 다이어트만 잘해도 심장질환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데 닭가슴살 등 일부 육류에는 직접적으로 심장을 강화해주는 성분이 들어있다. 바로 카르니틴이다. 닭가슴살의 카르니틴 함량은 100g당 3.9㎎이다.
카르니틴은 사람의 간과 신장에서 합성되며, 육류 등의 음식으로부터 섭취될 수 있는 필수 유사 비타민이다. 그래서 비타민 BT로도 불린다. 심장과 근골격, 간, 콩팥 등에 많이 저장돼 있는 카르니틴의 주요 역할은 지방을 대사시켜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이다.
지방산이 대사과정을 거쳐 에너지로 바뀌기 위해서는 세포 속 화학공장인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인체 내 지방산은 특이한 사슬구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내막을 통과할 수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카르니틴이다. 카르니틴이 긴 사슬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지방산 대사는 다이어트에도 좋은 효과를 거두게 한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지방산 대사를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다. 심장은 분당 72회 정도 뛰고, 하루 평균 10만 회, 70세 기준으로 보면 평생 26억 번 쉬지 않고 일을 하며 1억8000만ℓ의 혈액을 순환시킨다.
이처럼 끊임없이 심장을 뛰게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튼튼한 심장근육과 심장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연료로 사용되는 에너지다. 따라서 에너지 대사에 지장이 생길 경우 심장으로서는 근육 움직임에 문제를 일으키며 협심증 등 치명적인 상황에 몰리기 마련이다. 심장이 카르니틴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닭가슴살의 카르니틴 함량은 소고기(94㎎), 돼지고기(27.7㎎)보다 적다. 그럼에도 여느 육류보다 비교적 풍부한 닭가슴살의 영양성분들이 그 같은 차이를 충분히 상쇄해준다.
한편 닭고기는 갓 잡은 것일수록 맛있다. 고기가 단단하고 껍질막이 투명하고 크림색을 띠며 털구멍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것이 좋다. 닭가슴살은 살짝 눌러보았을 때 탄력이 느껴지고 윤기가 도는 것을 선택하여 구입한다. 살이 너무 흰 닭가슴살은 오래된 닭이니 되도록이면 엷은 분홍빛이 나는 것으로 골라야 한다. 또 냉동육보다는 냉장육이 맛있다. 냉동하여 얼린 상태로 보관, 유통하게 되면 불포화지방산과 필수지방산이 감소하고, 닭고기의 맛도 떨어진다. 얼린 닭고기를 해동하는 과정에서 육즙이 함께 빠져나가 질겨진다. 또 조리 시에는 술이나 생강즙에 30분 정도 재어두면 특유의 냄새를 없앨 수 있다.<도움말 = 강근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