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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역작 K9…처참한 성적에 기아차 난감

[기타] | 발행시간: 2013.02.15일 17:03
[위기의 현대차]③ 전략 차종 잇단 실패

“호랑이(K9) 그리려다 고양이도 못그렸다.”

기아자동차(000270) (53,800원▼ 200 -0.37%)의 모든 기술력을 집대성한 대형 세단 ‘K9’이 사실상 실패한 차종으로 분류되자 완성차 업계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호랑이 코를 형상화해 전면부를 디자인했다는 K9은 판매량에서 현대자동차(005380) (213,500원▼ 3,000 -1.39%)에쿠스·제네시스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초라하기만 하다.

지난달 판매량은 500대에 그쳐, 개발비 5200억원, 개발 기간 4년 5개월이라는 숫자를 무색하게 한다. 그나마 ‘K9 3.3 이그제큐티브’ 가격을 291만원 인하하는 등 대대적인 판촉활동 하에 기록한 숫자다. 판촉활동이 없었다면 500대도 안팔렸을거라는 뜻이다.

이는 기아차가 당초 목표로 했던 2000대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며,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월 평균 판매량인 844대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 호랑이 코를 형상화 한 기아차 K9의 앞모습. K9이 흥행에 실패하자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도 못 그렸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기아차 제공

◆ K9, 가격 내려도 판매량 되레 줄어

K9의 처참한 실패는 K3·K5·K7으로 승승장구하던 기아차의 성장 가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올해 이렇다 할 신차 발표 계획이 없는 현대·기아차로서는 K9을 통해 대형차 판매량을 늘리고 수익성도 높이려고 했다. 그러나 K9의 판매량이 당초 기대에 미달하면서 이 같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5월 8만4800원까지 갔던 기아차의 주가가 K9 출시 이후 5만3800원대(2013년 2월 15일)로 떨어진 것만 봐도 시장에서 기아차의 성장성에 의문을 표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 K9은 BMW의 디자인과 흡사해 '짝퉁' 논란을 낳았다. 잘롭닉에서 공개한 가상의 'BMW M9'의 모습. /잘롭닉 홈페이지 캡쳐

전문가들은 K9의 실패 요인을 고객층 판단 착오와 가격에서 찾는다.

주력 트림(등급) 가격이 6000만원대 부터 시작하는 K9은 최고급 시장을 겨냥해야 하지만, 고소득 중·장년층이 타기에 K9의 디자인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두툼하고 보수적인 디자인에 익숙해져 있는 국내 대형차 고객들로서는 더더욱 K9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K9의 디자인에 매료되는 젊은 층이 구입하기에는 가격대가 너무 높다. 결국 K9의 디자인은 젊은 층을, 가격대는 중년층 이상을 지향하면서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차가 됐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K9 가격(5228만원~8538만원)이면 중대형 수입차를 사기에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최근 부쩍 높아진 수입차 선호현상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K9의 성능은 마음에 들지만 디자인이 너무 튄다”며 “의전용 차는 디자인이 무난해야 하는데 K9는 이에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 현대차가 출시한 i40.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해치백 스타일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모델이다. /현대차 제공

◆ i40·벨로스터 등 야심작 잇따라 참패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야심작 중 흥행에 참패한 차종은 K9 뿐만이 아니다. ‘i40’는 지난달 299대가 팔려 1년 전 대비 판매량이 45%나 줄었다. i40은 2011년 10월 본격 판매 이후 세련된 디자인과 디젤 모델의 우수한 연비 덕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호평을 받았으나, 판매량은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왼쪽과 오른쪽의 생김새가 다른 ‘벨로스터’ 역시 아반떼급의 성능에 가격은 쏘나타 수준으로 비싸게 책정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데 실패했다. 벨로스터의 지난달 판매량은 166대로 1년 전보다 58%나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i40와 벨로스터가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꼽는다.

벨로스터의 경우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와 거의 똑같은 성능이지만 가격이 1790만원~2345만원으로 아반떼(1365만원~1955만원) 대비 400만원 정도 비싸다. 2525만원~3245만원으로 출시된 i40 역시 국내서 왜건·해치백 모델에 대한 진입장벽을 감안하면 가격을 100만원~200만원 정도 낮춰 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단형인 ‘i40 살룬’은 ‘약간 큰 아반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쉽사리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i30·i40·벨로스터를 묶어 새롭게 선보인 ‘PYL’ 브랜딩은 해당 차종 간 공통점 없이 실패한 모델만 모아놨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 “현대·기아차 볼보 전철 밟을라”

자동차 회사에 있어 신차 1~2종 실패는 여타 산업에서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오랜 기간 수천억원의 재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한두 모델만 대량 판매에 실패해도 기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웨덴 국민의 자존심이었던 ‘볼보’다. 안전한 차의 대명사로 꼽히며 스웨덴 내수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던 볼보는 1999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승용차 부문이 미국 포드에 매각됐다.

볼보의 경영난은 전략 차종의 잇단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1990년대 세계 자동차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가 공기역학에 유리하고 보기에도 좋은 곡선형으로 흐르고 있을 때, 볼보의 신차들은 여전히 직선을 고수했다. 이는 ‘안전한 차’라는 볼보의 정체성에는 부합했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

곧 안전한 차라는 수식어는 ‘네모난 깡통 차’라는 혹평으로 바뀌었다. 젊은 층에 어울리지 않는 차라는 선입견과 함께 주 소비층이 안전을 중시하는 40대 이후 중장년층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1999년 포드에, 2010년 다시 중국 지리자동차에 매각된 볼보의 기구한 운명은 자동차 시장 트렌드를 읽지 못한 경영진과 디자인팀의 판단 착오 때문이다.

▲ 1990년대 볼보 광고.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한 사진으로, 네모나게 각진 외형이 눈에 띈다. /조선DB

‘빅3’ 자동차 업체로 세계를 호령하던 포드의 점유율이 지금은 현대·기아차에도 못미치게 된 것도 2001년 SUV 차량 익스플로러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터다. 당시 미국 정부는 포드 SUV 차량인 익스플로러 주행중 타이어 파열사고로 최소 174명이 사망하고 500명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포드측은 빈번한 사고의 원인이 일본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으로 부터 납품받은 타이어의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00년 650만개에 이어 2001년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 타이어 1300만개 리콜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은 익스플로러 사고 원인이 차체 결함 때문이라고 반박하는 등 깊은 갈등을 겪었고, 포드의 차량 안전성에 먹칠이 가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 하나가 실패하면 기존 잘 나가던 차량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기 때문에 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K9의 경우 디자인을 크게 바꾼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하는 등 큰 전략 변경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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