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정치 > 한국
  • 작게
  • 원본
  • 크게

“이런 표절 처음 봤다” 허태열 박사논문 복사 수준

[기타] | 발행시간: 2013.02.20일 08:08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연세대 행정학과 이종수 교수의 학술지 논문(왼쪽)을 표절한 것으로 의심받는 박사학위 논문의 한 부분. 허 내정자 논문은 일부 단어를 한자로 썼을 뿐 이 교수의 것과 토씨까지 거의 똑같다. 취재팀의 요청으로 두 논문을 비교해 본 교수들은 “이렇게 똑같은 논문은 처음이다. 누군가가 대필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1999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에서 연세대 이종수 교수의 학술지 논문 절반가량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의심된다. 논문 서두에 나오는 이론적 배경이 일부 겹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허 내정자 논문처럼 연구방법론과 결론까지 특정 논문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해도 너무했다. 이런 표절은 처음 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허 내정자는 이 교수가 개발한 이론 모형을 적용해 이 교수와 똑같은 연구 결과를 도출하며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까지 그대로 옮겨 적었다. 예를 들어 이 교수가 자기 논문의 한계를 지적하며 “설문의 구성과 분석과정이 복잡하고 분석가 스스로 차원의 수와 이름을 결정해야 한다”고 표현한 부분을 “설문의 구성과 분석과정이 매우 복잡할뿐더러 연구자가 자의적으로 차원의 수와 이름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표현만 살짝 바꾸는 식이다.

영남지역 국립대 A 교수는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는 저자가 고유로 판단하는 부분인데 이것마저 같다면 표절 논란을 피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치인이 학력 세탁을 위해 지적재산을 훔치는 행위는 용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허 내정자가 논문을 대필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연세대 인문계열 B 교수는 19일 취재팀의 요청으로 허 내정자와 이 교수 논문을 비교한 뒤 “표절 사례를 여러 번 봤지만 이 정도로 똑같이 베낀 경우는 처음 본다”며 “정치인이 보좌진이나 대학원생을 시켜 논문을 대필하는 경우가 있는데 허 내정자의 논문 역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 내정자는 1995∼1999년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충북도지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정상적으로 연구하고 논문을 쓰기엔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허 내정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받은 뒤 건국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허 내정자의 표절은 다른 논문을 표절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당선 9일 만에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문대성 의원보다 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 의원은 2007년 명지대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해 국민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땄다는 의혹을 받았다. 문 의원의 경우 연구 주제와 목적 일부가 명지대 논문과 중복됐는데도 참고문헌 표기를 하지 않았으며 오기로 보이는 문구까지 그대로 인용했다.

허 내정자는 19일 취재팀과 전화통화에서 “김대중 정부 때였는데 쉬는 김에 박사학위나 받아두자고 한 것이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를 좀 했다. 학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상황에서 대학 측이 논문 제출을 독촉해 미숙하게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논문지도를 해준 후배를 통해 원저자인 이종수 교수를 만나 자문을 받았다. 원저자가 알고 있어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각주를 달지 않은 것은 내가 잘못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신광영·김준일 기자 neo@donga.com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67%
10대 0%
20대 0%
30대 33%
40대 17%
50대 17%
60대 0%
70대 0%
여성 33%
10대 0%
20대 17%
30대 0%
40대 0%
50대 17%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영원한 '오빠', 그리고 '가황' 나훈아가 가수 생활 은퇴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컴벤션시아에서 나훈아는 데뷔 58년 생활을 마무리하는 단독 공연을 펼쳤다. 그는 이날 "이제 진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오후 3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빙설의 꿈, 하나로 잇는 아시아'... 2024년 할빈시조선족중소학생 랑독대회 개최

'빙설의 꿈, 하나로 잇는 아시아'... 2024년 할빈시조선족중소학생 랑독대회 개최

도리조선족학교 초중부 김가영, 소학부 하의연 학생 특등상 아성조중 두사기, 오상시조선족실험소학교 강봉혁 학생 1등상 2025년 제9차동계아시안게임과 할빈빙설문화의 풍채 및 2024년 세계독서의 날을 맞아 최근 할빈시조선민족예술관, 할빈시교육연구원민족교연부,

중국 의학계, 인재 육성∙AI 접목한 교육 강화에 박차

중국 의학계, 인재 육성∙AI 접목한 교육 강화에 박차

"현대의학은 단일 질병에서 동반 질환으로, 질병에 대한 관심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즉각적 효과에서 장기적 효과로, 개체에서 단체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의료 업무는 '질병 치료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더 나아가 '사람과 인류 중심'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중국 로동절 련휴 겨냥, 소비 진작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중국 로동절 련휴 겨냥, 소비 진작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지난 21일 하북성 석가장시 정정(正定)현의 한 야시장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드론 사진에 담았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정부가 로동절(5월 1일) 련휴를 앞두고 소비 진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아동(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5일 상무부 정례브리핑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