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서 게임 즐기면서 PC게임 인구 갈수록 줄어…
내년 6월 금연구역 지정해 흡연 손님 많은 PC방 결정타
인터넷 카페 확산도 한몫해
PC방 시대가 저물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에 밀리고 '금연 열풍'에 흔들리더니 결국 사양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최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서울 시내 PC방 수는 3533개로 2009년에 비해 13.4%(551개)나 줄었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 PC방 수도 2만1547개에서 1만9014로 11.7%(2533개)가 줄었다. 2000년 이후 10년 동안 2만~2만2500여개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던 전국 PC방 숫자가 처음으로 2만개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 [조선일보]서울 종로의 한 PC방. 흡연실과 금연실로 구분돼 있지만 법 개정으로 PC방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바뀔 예정이다./오종찬 기자
'PC방 열풍'이 불던 2000년대 초반 시간당 이용요금은 1500원 선이었지만 이미 400원에 음료까지 제공하는 PC방도 등장했다. 임대료, 전기세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밑지고 장사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폐업만 있고 창업은 없다', '멋모르고 PC방을 창업하는 건 자살행위'라는 말까지 나온다.
PC방을 둘러싼 환경은 급격하게 변했다. 모바일 게임 부상, 카페 문화 확산, 금연법 제정 등 최근 1~2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의 대부분은 PC방에 '적대적'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급부상한 모바일 게임은 PC방 영업의 핵심인 PC게임을 급속하게 대체하고 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9년 전체 게임시장 매출의 29%를 차지하던 PC방은 그 비율이 점차 줄어 2010년 23%, 2011년 19%(추정)까지 떨어졌다. 2013년에는 그 비중이 12%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빈자리는 모바일 게임이 메우고 있다. 2009년 2608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모바일 게임 매출은 2011년 3800억원(추정)까지 늘었고 2013년에는 579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는 대신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통해 간단한 게임을 하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카페 문화의 확산도 'PC방 쇠락'에 한몫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인터넷이 되는 카페를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대부분의 카페에선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간단한 문서 작업 등을 위해 PC방을 찾는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어렵다. PC방·노래방 등의 기능을 함께 갖춘 룸카페나 멀티방에도 손님을 빼앗겼다. 서울 대학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47) 사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연인석을 쓰겠다며 커플들이 손잡고 PC방에 왔지만 죄다 멀티방 등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증진법(금연법)'은 PC방에게 '결정타'였다. 작년 6월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며 PC방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본격 시행은 내년 6월이지만 '금연법' 통과 후 PC방에 대한 권리금은 없어지다시피했다. 흡연하는 장면을 고발하는 '연파라치' 우려도 생겼다.
한모(53) 사장은 "PC방 매출의 대부분은 밤새도록 게임을 하는 이른바 '게임 마니아'들인데 이들 중 대부분은 흡연자"라며 "금연법이 본격 시행되면 절반 가까운 PC방은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최승재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이사장은 "애초부터 과잉 공급이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PC방을 둘러싼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대부분은 이익도 내지 못하면서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문을 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 곽래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