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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은 이름들/김청수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3.04.11일 11:13
최근 연길시에 거주하는 리수복씨(74세)는 요즈음 항미원조전쟁에서 희생된 삼촌 리병덕을 연변렬사릉원에 《모시는》일때문에 로심초사하고있었다. 그는 60여년을 간직했던 삼촌의 각종 증서들을 확대경으로 찾아보면서 삼촌의 략력을 정리하였다.

《리병덕(李炳德), 1926년 개산툰진 광소 출생, 1948년 2월 인민해방군에 참군, 길동군정대학 제1기 교도대 졸업, 덕신구 토지개혁에 종사, 항미원조전쟁에 참전.1951년 2월 29일 전사.》

삼촌은 필경 평범한 전사였다. 하지만 삼촌이 참군한 뒤 증조할아버지는 해마다 4월 초파일이면 증손녀 리수복한테 놋밥그릇을 챙겨 들려갖고 하얀 두루마기자락을 날리며 삼동포골안으로 향하였다. 증조할아버지는 아침해 뜨는 동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천지신령님께 간절히 빌고빌었다.

《일제수탈을 피해 간도땅에 발을 들여놓은 부모님 따라 열두살에 베바지바람으로 두만강을 건너왔습니다. 27살에 상처하고 오랍누이 둘만 달랑 데리고 정절하며 오늘이때까지 살아온 저에게 남은건 손군들뿐입니다. 전선에 나간 우리 손주놈들 병덕이 병찬이 잘 싸우고 무고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주십사…》

할아버지께서는 아들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다말고 줄욕을 퍼붓는것으로 마음을 푸시군 하였다. 《소 팔아 숱한 공부를 시켜놓았더니 편지 한장 쓸줄 모른는 호로자식들이라구!》 아버지는 또 아버지대로 동생들의 기별을 알길이 없어 《군정대학 가는 길이 어데멘가요…》라고 하며 《고추장타령》을 중얼중얼 불렀다. 가족 모두가 그토록 가슴 조이며 기다리던 삼촌 리병덕은 1951년 2월 항미원조전장에서 언녕 전사하였던것이다. 허나 그 부고가 1977년경에야 집으로 날아들었다.

삼촌 리병덕은 어머니한테서1932년 2월 일제의 토벌에 의해 외삼촌 김명호 3형제가 하루한시에 광소골 한 초가집에서 불에 타죽은 원한의 사연을 들으며 성장하였다. 그는 결연히 제국주의를 타도하고 피압박 민족을 해방하며 헐벗고 굶주린 로고대중을 해방하는 혁명사업에 자신의 모든것을 이바지하리라 맹세하고 흔연히 전장으로 나갔던것이다.

지금쯤 고래희를 넘긴 리수복씨는 나젊은 생명을 혁명사업에 바친 삼촌의 렬사증을 오늘이때까지 소장하면서 삼촌을 기리여왔으나 자신의 앞날도 너무 멀지 않은 이때에 이르러 그 증서유물들을 그저 불태워버릴것을 생각하니 아깝기만 하였다. 그는 소중히 간직해온 삼촌의 각종 증서들을 연변렬사릉원에라도 바쳐 오래도록 보존할수 있기를 기대하며 해당 일군을 찾았다.

군정대학출신의 렬사들은 연변렬사릉원에 《입적》할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는 밤낮으로 자료정리에 달라붙었던것이다. 하도 집착을 하다보니 꿈결에 어느 한 깊은 낭떠러지에 해골이 된 삼촌의 모습이 후광속에 세번이나 또렷이 보이더라는것이다.

그의 가족중 항일전쟁, 해방전쟁, 항미원조전쟁에 참가한 친인들이 9명이나 된다고 한다. 과연 중국조선족 가정치고 렬사유가족, 군인가족이 아닌 집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전쟁에 참전한 조선족군인수만도 당시 연변인구 50여만중 6만명으로 집계가 나오니 말이다.

최근 시어머니의 작은 꾸레미속에서도 옛날 사진과 누르끼레한 시아버님의 참군증명서, 제대확인서들이 나왔다.《박상민, 1945년에 중국인민해방군에 참군하여 47군 30사 부련장으로 해방전쟁터에서 활약하였다. 항미원조전장에서 조선인민군 제528군 부대 행정간부 부장으로 사업하다가 1952년 5월 위궤양으로 제대하였다.》1977년 10월 24일 일자로 밝혀진 확인서였다. 시아버님 역시 전투장에서 얻은 위병때문에 나중에 위암으로 고생하다 일찍 54세에 별세했던것이다.

《살아돌아온 사람들은 그래도 대단한 행운입니다. 큰 전투에서 부대가 전멸당할 때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전사들이 부지기수였지요. 20세기초 북벌전쟁으로부터 시작하여 중국혁명의 각 시기에 우리 민족 용사들은 앞장에서 피어린 항쟁을 벌리며 이 강산의 한줌의 흙으로 남았습니다. 》력사연구기관 해당 일군들의 감개에 젖은 목소리이다.

《산마다 진달래 마을마다 기념비》라는 전대미문의 비장한 풍경은 중국조선족특유의 력사배경으로 조선민족의 자부와 영광의 산맥으로 솟아있다. 길림신문사 문예부 기자로 사업하다 퇴직한 리선근선생이 1980년경 작사하고 방룡철선생이 작곡한 《그대들은 생각해보았는가》이 노래는 3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며 깊은 감명을 안겨주고있다.


별빛도 정다운 강변에서 / 사랑을 속삭이는 련인들이여

텔레비죤앞에 모여앉아/ 이밤을 즐기는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생각해보았는가/ 이 땅을 찾아준 은인들을

아직도 어느 한 심산속에/ 이름없이 누워있는 렬사들을

……

시공간을 뛰여넘어 알수 없는 세월의 흐름속에서도 변함없이 공명과 공감을 자아내는 우리들의 사연, 그것은 분명 선조들로부터 원과 한과 소망의 마음속 응어리들을 추억과 옛이야기로 풀어가는 그속에서 너나가 함께 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래일의 이야기가 깃들어있기때문이 아닐가.

대대로 가슴에 묻어온 그 이름의 주인공들에게 영원한 영광을 안겨드리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에는 딱히 뭐가 있을지. 먹고 사는데 필요한 물질적인 해결에 민생의 우선 순위를 두는것은 당연지사이겠지만 백성들의 가슴속 희로애락을 살피는것 또한 민생의 중요한 내용이 아닐가 하는 섣부른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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