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사건/사고
  • 작게
  • 원본
  • 크게

브로커 ‘쩐의 유혹’에… 탈북자들 위험한 거짓 망명

[기타] | 발행시간: 2013.06.06일 03:06

“한국서 위조서류로 대출받아 3국으로 튀면 안갚아도 돼”

[동아일보]

탈북자 최모 씨(26·여)는 지난해 1월 친한 탈북자 황모 씨(31·여)에게서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수천만 원의 대출을 받은 뒤 벨기에로 망명하면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데다 난민지원금까지 받으며 편히 살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한국에서의 대출은 페이퍼컴퍼니 직원인 것처럼 서류를 꾸미면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려준다고 했다.

당시 피부마사지숍에서 피부관리사 일을 하며 고된 일상을 보내던 최 씨는 목돈을 챙겨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찾기로 결심했다.

최 씨는 황 씨를 통해 탈북자이면서 A상사라는 회사의 대표인 박모 씨(32)를 소개받았다. A상사는 박 씨가 사기대출 알선업자인 이모 씨(44)를 통해 2011년 12월 만든 서류상의 회사였다. 두 사람은 이 회사에 탈북자들이 취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해주고 신용카드도 발급받게 해줬다.

최 씨도 월급 140만 원을 받는 A상사 직원으로 신분세탁이 됐다. 재직증명서와 허위 근로소득 원천징수확인서도 받았다. 최 씨는 이 서류를 들고 한 은행에서 1700만 원을 빌려 대출금의 30%인 500여만 원을 수수료로 이 씨에게 건넸다. 또 이들 가짜 서류로 신용카드를 여러 장 발급받아 2500만 원가량을 헤프게 썼다.

최 씨는 지난해 4월 관광비자로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엔 현지 브로커 B 씨가 나와 있었다. 최 씨는 B 씨에게 300만 원의 알선료를 건네고 벨기에행 열차를 탔다. 벨기에에 도착해선 B 씨로부터 이민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면접 기술을 배웠다. 그러고는 벨기에 이민국에서 가짜 이름을 대며 “북한에서 온 난민”이라고 망명 신고를 했다.

벨기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세 차례에 걸친 면접을 통과해야 했다. 최 씨는 1차 면접을 한 뒤 두려워졌다. 면접을 모두 통과할지도 불확실한 데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최 씨는 지난해 7월 귀국했다.

이 같은 사실은 최 씨가 2월 자신의 거주지 관할인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담당 형사와 다른 일로 상담을 하다 털어놓으면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위조 서류로 대출을 받고 망명을 시도한 혐의(사기)로 최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2011년 12월부터 탈북자 대출 사기 망명을 주도한 A상사 대표 박 씨는 부인과 함께 지난해 5월 벨기에로 망명했다. 경찰은 이들을 인터폴을 통해 지명 수배했다고 5일 밝혔다. 또한 위조 서류를 만들어 불법대출을 알선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이 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와 박 씨 일당이 6개월여에 걸쳐 불법대출과 해외 망명을 알선한 탈북자가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인터폴과 공조해 이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순간의 유혹에 끌려 거액을 빌린 뒤 망명한 탈북자들이 자칫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국제 미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제3국으로 망명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자들 사이에서 ‘한국 탈출’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는 말조차 통하지 않는 외국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2003년 탈북한 C 씨(54)는 2007년 8월 아내와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망명했다. C 씨 가족은 탈북 후 바로 영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꾸며 난민 자격을 인정받아 탈북자들이 모여 사는 런던 인근 뉴몰던에 정착했다. C 씨 가족은 브로커가 “영국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에게 매달 800파운드(137여만 원) 상당의 생활비를 제공하고 의료와 교육을 무상 지원한다”고 해 기대에 들떠 영국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브로커는 영국이 일정 기간마다 난민자격 재심사를 해 정규직 일자리를 얻어 일정한 소득이 생기는 난민은 자격을 소멸시켜 지원금을 끊는다는 사실은 얘기해주지 않았다. 난민이 영주권을 얻으려면 10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사실도 숨겼다. 결국 C 씨 가족은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채 청소 접시닦이 등 허드렛일을 전전하다 4년 만에 한국으로 쓸쓸히 돌아왔다. C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아무리 지원금이 좋다 해도 말이 통하는 한국이 최고라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조동주·김수연 기자 djc@donga.com

동아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92%
10대 0%
20대 8%
30대 46%
40대 38%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8%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8%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 길림일보사와 한국강원일보사, 전략적 협력 협정 체결 5월17일, 길림일보사와 한국 강원일보사는 한국 강원도에서 친선관계 체결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을 체결, 쌍방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해는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가 우호적인 성도(省道)관계를 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7년째 기러기 아빠" 윤다훈, 부인·딸·손녀 '캐나다 뒷바라지' 충격 근황

"7년째 기러기 아빠" 윤다훈, 부인·딸·손녀 '캐나다 뒷바라지' 충격 근황

사진=나남뉴스 레전드 시트콤 '세 친구'의 주역이었던 윤다훈이 이동건과 만나 기러기 아빠 근황을 공개했다. 최근 방송한 SBS '미우새'에서는 윤다훈이 오랜만에 출연해 오랜 인연 이동건과 만남을 가졌다. 윤다훈은 "7년째 기러기 아빠, 할아버지로 지내고 있다. 큰

"카페는 아무나 하나" 이동건, 제주도 '사업 도전' 2억 대출 충격

"카페는 아무나 하나" 이동건, 제주도 '사업 도전' 2억 대출 충격

사진=나남뉴스 배우 이동건이 드라마 업계 불황을 언급하며 제주도 카페 창업 의지를 드러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는 19일 방송하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카페 창업에 나선 이동건의 도전기가 공개된다. 이날 이동건은 진지하게 카페 창업에 대한 열정을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사진=나남뉴스 배우 고현정이 신세계 회장 정용진과의 신혼 생활을 최초로 고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고현정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현정'에 일본 도쿄를 방문한 브이로그를 올리며 신혼 생활을 회상했다. 영상 속 고현정은 여러 행사장을 오가며 바쁘게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