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2009년부터 수백건” 폭로… “홍콩서 미 정부와 싸울 것”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 ‘프리즘’을 공개한 에드워드 스노든(29)이 이번에는 미국이 2009년부터 중국과 홍콩의 기간망을 해킹해 왔다고 폭로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해킹을 통해 미국의 국가기밀과 기업정보를 빼내 중국의 방위력 증강과 경제개발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스노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국의 해킹을 비난해 온 미국도 해킹을 자행해 왔다는 의미여서 미·중 간 해킹 논란에서 미국의 도덕성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관련기사 3면
스노든은 지난 12일 홍콩 모처에서 열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 국가안보국이 전 세계에서 6만1000건 이상의 해킹 작전을 벌여왔으며, 수백건이 홍콩과 중국 본토를 표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미국은 기간망을 해킹했으며, 그것은 우리(미국)에게 일일이 모든 컴퓨터를 해킹하지 않고도 방대한 컴퓨터들 간 통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홍콩에서 대학과 학생, 기업, 공직자를 표적으로 해킹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언급된 대학은 홍콩 중문대학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스노든은 중국의 해킹 대상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아 앞으로 추가로 폭로할 가능성도 남겨놨다. 홍콩 입법의원 제임스 토 쿤순은 “스노든을 초청해 미국이 홍콩 기간망을 해킹했다는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들은 최근 미·중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감안해 미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으나 스노든의 중국 해킹 폭로를 계기로 달라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3일 사설에서 “스노든의 주장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스노든 입을 서둘러 막기 전에 중국은 미국에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 대변인은 스노든의 해킹 주장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달 20일부터 홍콩에 머무르고 있는 스노든은 “미국은 사활을 걸고 추가 정보가 폭로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나를 추방하도록 홍콩 당국을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을 떠날 기회가 있었지만 떠나지 않고 이곳 법정에서 미국 정부와 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