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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의 X파일

[기타] | 발행시간: 2013.06.14일 18:08

[한겨레21] [TV 이것 봐라]

찜찜하면서도 묘한 중독성

“냉면 사먹지 마라, 조미료를 한 포대씩 넣더라.” “중국집에서 쓰는 해삼은 양잿물에 불린 거라니까 먹지 마라.”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부모님의 걱정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리스트만이 남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이 아니라 진지가 반찬인 이영돈 PD의 ‘먹방’은 MSG처럼 찜찜하면서도 묘한 중독성을 띤다. “여기, 자알 튀겨진 프라이드 치킨이 있습니다. (코 갖다대고) 냄새가 아주 좋은데요. (다리 집어들며)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우물우물) 아주 맛있습니다. 치킨 상태를 한번 볼까요? (주섬주섬) 튀김옷을 한번 벗겨보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포함해 VCR에서 진행되는 모든 상황을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멘트가 어색한 미소와 어우러져 기이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먹는 순간 떠오르는 대로 말하기 때문에 ‘아, 맛있는데요’ ‘깊은 맛’ ‘감칠맛’ 같은 몇 가지 단순한 표현이 계속 나온다고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특유의 비장한 태도는 <미스터 초밥왕>이나 <신의 물방울> 속 과장된 미사여구 못지않게 강렬한 효과를 준다. 마침내 ‘착한 식당’을 선정한 뒤 흐뭇한 얼굴로 사장을 칭찬하며 “젊은 친구가 믿음직하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은 이런 친구가 있어 든든합니다”로 마무리하는 낙천주의는 한없이 해맑기조차 하다. 꼭 방금 치킨을 먹어서 기분이 좋아진 것은 아닐 테지만.

최지은 <아이즈> 기자

별나네, 이 남자의 웃음코드

‘모르곤 먹어도 알고는 못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알고는 못 먹을 걸 꼭 골라서 먹는 사람이 있다. 이제는 아예 여유롭게 “여러분이 기대하시는”이라고 운을 뗀 뒤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고 한다. 예전 국왕들은 음식에 독이 있는지 시식 시종에게 먹여보았다던데, 지금 대한민국에선 이영돈 PD가 국민 시식 시종을 자처하고 있다. 이 시종은 별나다. 보통 고발 프로그램이 재료의 건강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PD는 본인의 미식 취향을 드러내듯 열심히 맛을 표현한다. 건강한 산나물을 먹은 뒤 “잃어버렸던 입맛도 돌아오겠네요. 향긋합니다” 정도야 그렇다 치겠다. 썩기 직전의 냉동 수산물을 재료로 하되 MSG를 넣지 않은 탕을 먹는데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그 맛을 표현하려 애쓴다. 그리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복원되는 특유의 진지한 표정과 말투. <총알탄 사나이>의 레슬리 닐슨이 보여준, 내가 웃지 않음으로써 남을 웃긴다는 코미디 코드를 이렇게나 잘 보여주는 예는 찾기 어렵다. 물론 숨어 있는 착한 식당을 선정해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자는 시도는 흥미롭다. 하지만 역시 이 프로그램의 최대 가치는 온갖 패러디로 웃음꽃을 피워낸 것. 오늘도 나는 고등학생들이 몸을 쌓아 만든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며 짜장면을 먹는 영상에 배꼽을 뺐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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