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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의 계절 제자들에게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3.06.20일 17:35
봄이 아무리 늦어도 아니 피는 꽃은 없다

(길림시조선족중학교 김해숙)

드디여, 떠날 때가 왔구나.

이맘때가 되면 학교 뒤울안의 풀밭에 서있는 해당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여 모교의 모습을 오래오래 기억속에 담아두고저 하는 졸업생들이 제일 선호하는 배경이 되였었지. 올해는 봄이 참 늦게 와서 그렇게 이쁜 꽃들이 너희들이 떠나는 길에 한줄금의 향기로 피여나지 못할가봐 은근히 걱정했었다. 다행히도, 참 다행히도 피여날 꽃들은 때가 되면 다 피여나는구나. 학교앞마당의 살구꽃들도 전혀 겨우내 꾸던 굳잠에서 깨여날것 같지 못하더니 “5.1”절이 지나고 길건너 아아하게 솟은 빌딩사이로 해빛이 비집고 들어오니 어느새 피여났더구나. 한두송이가 꽃망울을 터지우기 시작하더니 기다렸다는듯이 나무가지가 묵직해질 정도로 활짝 피여나던 살구꽃을 너희들은 아직 기억하겠지? 그리고 제일 안쪽의 작은 한그루의 꽃나무, 겨우내 너무 얼어 오히려 작아질것만 같던 그 나무도 끝끝내 꽃을 피웠더구나. 봄날저녁의 미풍에도 주체하지 못하던 그 작은 떨림, 그것은 정녕 생명의 축제가 아니였겠니?

그렇게 무섭기만 하던 긴긴 겨울,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만 같던 겨울도 이렇게 온데간데 없이 녹아내였지. 이렇게 기나긴 기다림의 희열을 남겨주고 어느새 그 꽃들은 무성한 나무잎들에게 추호의 미련도 없다는듯이 자리를 내여주더구나. 그래, 피여나는것, 그것이 바로 꽃들의 사명이 아니였겠니?

이것 또한 우리 인간들이 지녀야 할바가 아닌가싶구나. 아무리 늦어도 늦다고 원망하지 않고 아무리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끝까지 기다리다가 언젠가는 피여날수 있다고 믿어야 하는것 말이다. 너무 쉽사리 “아직도 안된거라면 그만두자, 내가 바라던것이 잘못된것일지도 몰라.” 하고 포기하지 말자꾸나. 그건 다만 너에게 아직 때가 오지 않은것일지도 모르니깐.

전에 성모의시험때였던가, “---- 인생”이라는 작문제목이 나왔었지. 너희들중에 적지 않은 애들이 “평범한 인생”이라 제목을 달고 평범하게 살고싶다, 평범한것도 행복이라고 썼더구나. 물론 그게 나쁜건 아니야. 나도 평범한 중학교교원에 지나지 않으니깐. 허나 “학력도 보통이고 돈도 많지 않고 이름도 날리지 못하지만 그런 평범함을 받아들이고 가장 평범한 사람으로 남고싶다”는 말속에 너무 일찍 한숨이 들어있는것 같아 내 마음도 무거워지더구나.

그래, 누구말마따나 세상은 금자탑 같고 금자탑의 밑바닥이 훨씬 큰것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것이 우리 사회의 룰인것만은 틀리지 않아. 그래서 우린 “평범함”을 즐길줄 알아야지. 하지만 “평범함”을 인정하는것이 생활에 고개를 숙일수밖에 없어하는 아Q식의 자기위안이라면 그건 결코 행복할수가 없어.

오늘 내가 너희들에게 말하고싶은, 우리가 즐겨야 할 “평범함”은 일과 관계되는것이다. 얼마만한 수입을 가질지가 아니라 네가 앞으로 종사하게 될 일이 네 인생에 얼마 큰 의의가 있는지, 얼마 큰 즐거움을 가져다줄수 있는지가 우리가 사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거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야 사회가 아무리 시끌벅적하여도 내 마음속의 평화를 지킬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야 아무리 큰 아픔을 안아도 일속에서 그 상처를 치유받을수 있단다. 그렇다고 덥석 하늘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게 내려주지는 않는거지. 그것을 선택할수 있는 자격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열심히 꿈을 꾸고 기다리고 노력해야 하는거란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것들을 이겨내여야 할 의의란다. 그래서 종당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수 있는 자격을 가질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린 “평범함”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자유를 갖게 되는거지.

이것 또한 내가 네들에게 “갈매기의 꿈”과 “어린 왕자” … 등 글을 추천한 리유이기도 하다. 바쁜 수능준비시간에 왜 생뚱같은 과외소설이냐고 머리를 갸우뚱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다시 한번 너희들에게 해주고싶은 말이 바로 이거란다. “중요한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떻게 나는가를 배울 때 우리는 자유로와질수 있다.”

살기 위해 하는수없이 어떤 일에 종사하는것보다 그 일을 즐기고 그속에서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느낄 때 진정 우리는 “평범함”과 “위대함”의 비교속으로부터 자유로와질수 있고 그럴 때 우리는 진정 “평범함”의 행복을 누릴수가 있단다.

안타까운건 그날이 언제 올지 누구도 우리에게 알려줄수가 없는거다. 하지만 아무리 봄이 늦어도 아니 피는 꽃은 없듯이 우리가 노력을 멈추지 않고 기다려간다면 우리 마음속의 꽃들도 꼭 피여나는 날이 오지 않을가? 이 세상에 피여나지 않을 꽃으로 태여나는 운명을 가진 꽃은 없듯이 네가 꽃망울이 피기전에 꺾어버리지만 않는다면야.

전에 함께 외웠던 시구가 생각난다.

“기쁨이라는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나면

험난한 굽이가 다시 펼쳐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여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낼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리유가 없지 않은가”


이제 곧 떠나가는 너희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싶은 말이 하나 더 있단다.

“진정한 영웅주의란, 생활의 진면모를 알아버린 뒤에도 생활을 사랑하는것이다.”

아,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고 로맹 롤랑이 한 말이다. 너무 멋있어서 너희들과 공유하고싶은 말이다.



너희들이 진정 “평범함”을 사랑하며 화사하게 피여나는 그날을 기대하고 기원하고 기도할게.

시험 잘 치고, 안녕히, 잘 가! 부디 행복하길!!!

편집/기자: [ 차영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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