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반대해온 ‘슈퍼 정치행동위원회', 이른바 슈퍼팩의 정치자금 모금 활동에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공화당 후보들이 슈퍼팩을 통해 막대한 정치 자금을 지원받게 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워싱턴 연결합니다. 유석현 특파원!
먼저 '슈퍼팩'이라는 용어가 낯선데 무슨 뜻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리포트]
슈퍼팩은 '슈퍼 폴리티컬 액션 커미티', 이른바 슈퍼 정치행동위원회를 줄여서 쓰는 말입니다.
지난 2010년 미 연방 대법원은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특정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지출하는 광고와 홍보비에 제한을 둘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한마디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광고비나 홍보비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이에따라 기업이나 노조와 같은 이익단체들은 정치자금 모금 단체를 만들어 선거에 직접 뛰어들 수 있게 됐는데 이 단체가 바로 슈퍼팩입니다.
지난달 말까지 미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슈퍼팩은 모두 302개로 입맛에 맞는 후보를 위해 정치자금을 퍼붓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
당초 오바마 대통령은 슈퍼팩의 정치자금 모금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요?
[답변]
오바마 대통령은 슈퍼팩이 출현하게 되면 돈을 많이 쓰는 금권 선거가 우려된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슈퍼팩에 반대하던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내용을 잠시 보시겠습니다.
[녹취: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010년 9월 28일)]
"연방대법원의 판결 덕분에 특정 이익단체로 부터 무제한의 자금을 지원받아 비난 광고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Thanks to a recent Supreme Court decision, they are being helped along this year, as I said, by special interest groups that are allowed to spend unlimited amounts of money on attack ads.)
하지만 공화당 후보들이 슈퍼팩으로 부터 자금 지원을 받게되자 오바마도 입장을 바꿀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바마 선거캠프 책임자인 짐 메시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전직 보좌관 두 명이 만든 친 오바마 성향의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에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메시나는 공화당 후보들이 슈퍼팩을 통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모금해 선거전에 뛰어든 것이 입장을 바꾸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공화당 후보는 제한없는 공고비와 홍보비 지출의 덕을 보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질문]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대한 비반의 목소리도 높죠?
[답변]
먼저 공화당은 자기중심적인 입장 변화라고 비난했습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또다른 약속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개혁파 정치인인 러스 페인골드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오바마의 결정은 악마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이 오바마에게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번 결정은 민주당을 친 기업정당으로 만들고, 결국은 패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이 슈퍼팩을 활용해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공화당과 똑같은 방식의 선거자금 모금하겠다고 나선 것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어버리는 태도라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 언론도 슈퍼팩에 대한 오바마의 입장 변화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YTN 유석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