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완도군 청산면 주민 1천여명
돈 모아 김종식 군수 흉상세워
군수 “쑥스러워 사양했는데…”
“현직 단체장 기념물 부적절” 지적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 현직 군수의 흉상이 건립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청산도 서편제 공원에서 김종식 완도군수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김 군수는 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막식에 참석해 흉상을 덮고 있던 흰 천을 직접 걷어냈다. 흉상은 높이 74㎝(좌대 포함 156㎝)이고 어깨너비는 82㎝이다. 흉상 오른쪽엔 “작은 섬 완도를 국민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지역으로 탈바꿈시킨 군수의 열정과 헌신은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등의 공적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또 출생과 공직 경험, 2002년부터 내리 세번 군수에 당선했던 이력 등의 약력도 적혀 있다.
비용은 청산·여서·대모·소모도 등 청산면 1373가구(2564명) 가운데 주민 1016명이 참여했다. 청산농협이 2000만원을 내놓았고, 주민들이 1만원부터 100만원까지 기탁했다. 흉상 제작은 지난해 4월 ‘면민의 날’ 행사에서 주민들이 제안해 추진됐다. 2007년 12월 슬로시티로 지정된 뒤 청산도를 우리나라 대표적 관광지로 발돋움하게 한 김 군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자는 취지였다. 이승열(62) ‘흉상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35만명이 청산도를 찾는 등 관광객이 몰리면서 경영 악화로 합병 대상이었던 청산농협은 30억원짜리 배 두척을 사들여 모두 세척의 배로 관광객을 실어 날라 흑자 운영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현직 군수의 흉상 건립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공무원 ㄱ씨는 “지역 발전에 일정한 공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송현 완도군 홍보팀장은 “주민들이 처음엔 공덕비 건립을 추진했는데, ‘현직 자치단체장에겐 안 맞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쑥스러워서 극구 사양했고, ‘정 고마운 뜻을 표현하려면 퇴임 이후에 추진해 달라’고 설득했는데 막 밀어붙이시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군수의 흉상이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청산도의 풍광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서(45) 통합진보당 완도지역준비위원장은 “현직에 있는 군수의 흉상을 건립한다는 것이 황당한 일”이라며 “주민들이 쌈짓돈을 모아 흉상을 세우겠다고 할 때 말렸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상석(52) 행의정감시연대 운영위원장은 “현직 자치단체장의 공을 기리는 흉상 건립은 제3세계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완도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