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 열람·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두 정상이 나눈 녹음파일 공개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당시 외교안보라인에 있었던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발언 내용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 “원본 100% 공개는 안돼”…녹음파일 처리는?=여야는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대화록 원본과 녹취파일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불법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정상회담 자료들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4일 “100% 원본 전문 공개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회 입법조사처에 문의한 결과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활용해 일부 메모를 한 뒤 발췌해 기자회견 형태로 공개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전문을 인터넷에 게시하거나 복사해서 외부로 가져가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록 열람 후 여야가 공동 보고서를 채택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에 대한 출구전략을 만드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열람기간은 3주 정도가 고려된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국정원이 보관중인 녹음파일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정보위 차원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은 즉각 “국정원 발췌본이 짜깁기됐듯이 녹음파일도 왜곡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권 관계자에게서 들으니 국정원이 벌써 녹음파일을 ‘마사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잘 안 들리는 부분이 있으니 이어 붙이거나 짜깁기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녹음파일을 공개한다면 정치권은 또다시 진위 및 왜곡 논란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침묵하는 세 남자, 회의 자료에는 무슨 내용이=박근혜정부의 핵심인사들인 김 실장, 윤 장관, 김 장관은 2007년에 각각 국방부 장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합참의장이었다. 특히 김 실장과 윤 장관은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과 수시로 NLL 문제를 논의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NLL 논란에 침묵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정상회담 전후 회의 자료가 공개되면 이들의 당시 발언과 생각 등이 자세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이 대표로 참석한 2007년 11월 남북국방장관회담 관한 자료들도 공개될 수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세 가지 보고서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밝혀질 수 있다. 사안 자체가 민감한 만큼 두 정상 간 대화가 아닌 각종 회의 자료 및 보고서들도 상당한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엄기영 김현길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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