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ECB 총재 공언에 유럽·아시아 증시 상승세… 한국에도 호재로 작용할 듯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 4일(현지 시각) 미국이 돈줄을 죄더라도 유럽은 돈 풀기를 지속하겠다고 공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날 유럽 주요국 증시는 2~3%씩 급등했고, 5일 아시아 증시도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부진해 주가가 내려가는 것)'를 겪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승했다.
미국이 지난달 양적완화(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를 축소하겠다는 선언을 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돈줄이 말라갈 것이란 예상이 급속하게 퍼졌지만 이번에 유럽의 '돈 풀기' 선언으로 이 같은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3대 기축통화 중 달러는 강세, 유로·엔은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과 반대, 유럽 '돈 풀기' 지속
드라기 총재는 지난 4일 "ECB의 기준금리는 상당 기간(extended period) 현 수준 이하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상당 기간은) 단순히 6개월이나 12개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당한 기간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벤 버냉키 미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완화를 올해 축소하기 시작해 내년에 중단할 수 있다고 선언한 것과 달리 유럽은 앞으로 계속해서 '돈 풀기'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드라기 총재는 작년 7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란 우려로 전 세계가 불안해할 때, "유로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겠다"고 해서 시장을 안정시킨 바 있다.
ECB가 '돈 풀기'를 지속하겠다는 이유는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의 5월 실업률이 12.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크 카니 신임 총재가 이끄는 영국 중앙은행도 4일 성명서에서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을 시사했다.
◇유럽발 훈풍, 한국까지 불까?
5일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의 영향으로 0.32% 하락하면서 유럽발 훈풍이 호재(好材)가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유럽의 '돈 풀기'가 지속되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유럽계 자금의 이탈 우려가 줄어 호재가 될 수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 자금 중 27.7%를 차지해 미국(27.5%)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드라기의 발언으로 유럽에 대한 걱정거리는 당분간 사라질 것 같다"며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선언으로 비롯된 비관적인 시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방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