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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발녀시장이 크고 있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7.09일 19:27
지난 6월 중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9층에서 열린 여성구두대전. 240·245㎜ 구두의 품귀현상이 눈에 띄었다. 225~250㎜ 의 구두 사이즈별로 진열된 매장에서 240· 245㎜의 구두는 유독 적었다. 브랜드별 차이는 있었지만 다른 사이즈의 20~50%에 불과했다. 수요가 적은 걸까, 다 팔린 걸까? 답은 후자다. 구두브랜드 ‘키사’ 매장의 점원은 “요즘 젊은 여성 대부분이 240, 245 사이즈를 찾아 다 팔리고 없다”며 “많이 제작해도 수량이 달린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발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기자는 240~245㎜를 신는다. 10년 전만 해도 어딜 가나 “발 크시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평균에 가까운 사이즈가 됐다. 주간조선에 근무하는 여성 10명의 평균 발 사이즈도 245㎜다. 두 명은 250㎜에 이른다. 젊은 여성일수록 발이 크다. 걸그룹의 발 사이즈만 봐도 변화가 느껴진다. 소녀시대의 윤아, 태연, 서현, 유리는 다 240㎜를 신는다. 수영은 245㎜이고, ‘국민 첫사랑’으로 통하는 미스에이 수지는 250㎜다.

여성의 발이 커진 것은 지식경제부와 기술표준원이 조사한 ‘사이즈코리아’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사이즈코리아’는 1979년부터 6~7년 간격으로 한국인의 각 신체 부위를 조사해 왔다. 2010년의 경우 전국 28개 시·군·구의 7~69세 남녀 1만1775명을 대상으로 키, 몸무게, 앉은키, 얼굴 수직길이 등 139개 부위의 신체 사이즈를 조사했다. 201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세 여성의 평균 발 직선길이가 22.8㎜다. 신발 사이즈가 실제 발 사이즈보다 크다는 것을 감안할 때 발직선길이 22.8㎜의 경우 대개 235㎜를 신는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평균 신발 사이즈가 235㎜라는 얘기다.

발이 큰 이른바 ‘대발녀’들의 증가세를 타고 ‘빅사이즈’ 신발산업도 쑥쑥 크고 있다. 여성의 경우, 표준 사이즈는 225~250㎜. 255㎜ 이상이 빅사이즈에 해당한다. 빅사이즈 전문 구두제작·판매는 새로운 사업분야다. 10여년 전만 해도 빅사이즈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성화 전문업체가 없었다. 250㎜가 넘는 대발녀의 경우 남성 신발을 신거나 수제화를 맞춰 신어야 했다. 남들처럼 구두숍에 가서 하이힐을 사서 신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달라졌다. 이젠 255㎜ 이상의 대발녀들도 굽높이 7~11㎝의 기성화 하이힐을 당당하게 사서 신는다.

현재 전국의 빅사이즈 여성화숍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총 10여개. 성장세가 가파르다. 빅사이즈 슈즈 전문 온라인쇼핑몰 ‘유별나’가 한 예다. 지난해 7월에 오픈해 빅사이즈 여성화 온라인숍 중 톱3 안에 진입했다. 유별나에서 판매되는 255㎜ 이상 빅사이즈 슈즈는 하루 300켤레 정도. 하루 신규가입 회원이 50명 정도이고, 총 회원수는 4000명에 달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사이즈는 260~265㎜다. 유별나의 양윤민 공동대표는 “처음 오픈할 당시만 해도 빅사이즈 슈즈 시장이 이 정도일지 몰랐다”며 “시장이 확확 커지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양 대표는 졸업 후 빅사이즈 구두 시장의 호황을 점쳤다. 빅사이즈 의류업체는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빅사이즈 슈즈 시장은 진입 초기단계인 데다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을 확신했다. 한국인의 체형이 서구화되면서 키와 발도 점점 커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9년 전부터 빅사이즈 슈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보니타’ 민병석 대표는 시장의 변화를 몸소 느낀다. 그는 빅사이즈 하이힐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26년 동안 한 회사를 착실하게 다니다가 빅사이즈 슈즈의 전망을 확신하고 뛰어들었다. 그는 서울 장위동에서 제조공장을, 동대문 의류도매상가에서 도매시장을 운영한다. 민 대표는 주간조선에 “한동안 빅사이즈 슈즈는 틈새시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니다. 빅사이즈 슈즈 시장이 전체 시장의 10%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9년 동안 회사의 규모는 3~4배 정도 커졌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칠 때에도, 경기가 바닥을 칠 때에도 빅사이즈 슈즈에 대한 수요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여성의 발이 커지면서 구두 매장의 사소한 변화도 눈에 띈다. 매장에 진열하는 구두의 사이즈가 커졌다. 예전에는 230~235㎜의 구두를 진열했다면, 지금은 240~245㎜를 진열하는 구두 매장이 늘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스콰이어 매장의 박진성 매니저의 말이다. “진열대에는 작은 사이즈의 구두를 진열하는 것이 관례였다. 작을수록 구두가 예뻐 보여서 여성 고객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진열하는 구두의 사이즈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진열대에 있는 구두를 고객이 신어 보는데, 작은 사이즈를 놓으면 대부분 고객에게 맞지 않아 큰 사이즈를 다시 꺼내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20년 이상 구두업계에 몸담고 있는 그는 “7~8년 전부터 여성의 발 사이즈가 확 커진 것 같다”며 “10~20대 중에는 240~245㎜가 많고, 30대 이상의 경우 235㎜가 많다”고 말했다.

발 사이즈가 커진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발뿐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도 쑥쑥 크고 있다. 2010년 사이즈코리아 자료를 보면, 17~18세 여성의 평균키가 160.5㎝로 가장 크다. 1979년의 자료와 비교해 평균키가 남성은 무려 6.2㎝, 여성은 5㎝가 커졌다.(1979년 평균신장: 남 167.4㎝, 여 155.4㎝, 2010년 평균 신장: 남 173.6㎝, 여 160.4㎝) 몸무게도 늘었다. 1979년에 비해 남성은 8.3㎏, 여성은 1.3㎏이 늘었다.(1979년 평균체중: 남 61.0㎏, 여 51.9㎏, 2010년 평균체중: 남 70.7㎏, 여 53.2㎏) 같은 기간 남녀 키와 몸무게의 변화 추이를 보면 키의 변화는 비슷하지만, 몸무게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남성은 뚱뚱해지고, 여성은 날씬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발 사이즈가 커진 것은 이처럼 전반적인 신체 사이즈가 커진 것이 직접적 요인이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발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예전에는 여성의 큰 발은 숨겨야 할 대상이었지만, 이런 인식이 서서히 걷히는 분위기다. 중국 미인의 10대 조건 중 연보소말(燕步小靺)이 있다. ‘연보(燕步)’는 전족을 착용한 여인의 걸음걸이이고, ‘소말(小靺)’은 발이 작은 여인이 신는 아주 작은 버선을 가리킨다. 서양도 마찬가지였다. 발이 큰 여성을 ‘거위 발(goose foot)’이라고 하여 매력이 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자아이가 일곱 살이 되면 ‘틀버선’을 신게 했다. 발의 성장을 억제하는 꽉 끼는 버선이다. 우리나라 기성세대에는 ‘여자가 발 크면 흉하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발 큰 여자는 팔자가 사납다’ ‘자라는 여자아이는 꼭 맞는 신발을 신겨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연령이 높을수록 이런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10~20대 중반 여성은 다르다. 큰 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30년 이상 수제화를 제작해온 ‘슈즈박’ 박대섭 대표는 주간조선에 “요즘 젊은 여성 중에는 발이 크다고 창피해 하는 사람이 없다”며 “오히려 부츠의 경우에는 자신의 발 사이즈보다 1㎝ 크게 신는 경우도 꽤 있다. 부츠는 커 보여야 스타일이 산다는 게 이유다”라고 말했다. ‘슈즈박’의 연매출은 39억원. 단일 매장으로는 최고 수준으로, 올 8월부터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할 예정이다. 30년 전 대발남녀와 일부 스타일리시한 고객이 위주였던 이곳은 고객층이 바뀌고 있다. 다른 기성 브랜드들이 대발남녀를 위한 기성화를 이전보다 많이 내놓으면서 이곳을 찾는 대발남녀 고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추세다.

큰 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식의 변화가 대발녀들을 양산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큰 발을 숨겨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성장과정에서 딱 맞는 신발을 신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이 맘껏 자랐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복인간공학연구실 소속 남윤자 교수(의류학과)는 주간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복식에도 영향을 끼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여성의 작은 발이 아름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의 전족이 대표적이고, 유럽에서도 작고 앙증맞은 여성의 발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미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얌전하고 조신한 태도를 여성의 미덕으로 삼았다면 요즘에는 시크하고 당당한 여성이 통한다. 예전에는 발이 작아 보이게 하기 위해 꽉 끼는 신발을 감수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다. 내가 편하고 활동하기 좋은 신발을 찾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남윤자 교수는 신체에 대한 여성의 인식 변화와 관련해 한 가지 유의미한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등 굽은 각도에 대한 조사 결과다. 서양 여성과 한국 여성의 등 굽은 각도 조사 결과, 한국 여성의 경우 나이든 여성일수록 등이 앞으로 굽은 각도가 컸다. 비슷한 연령의 서양 여성은 등이 굽지 않았다. 남 교수의 말이다.

“어머니 세대의 한국 여성은 얌전한 자세를 미덕으로 삼았다. 가슴이 부각되지 않게 등을 앞으로 구부린 것이 굳어버린 것이다. 가슴을 당당하게 내밀면 부끄럽다고 여겨 숙이고 다녔다. 그러나 요즘 10~20대 여성의 자세는 다르다.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고 다닌다. 당당한 체형이 인정받는 추세다.”

남윤자 교수는 한국인의 체형연구 전문가다. ‘한국인 인체치수 직접 측정 조사사업’인 ‘사이즈코리아’에도 참여했다. 그는 “한국인의 체형은 갈수록 서구화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키는 커지고, 다리는 길어지고, 날씬해지고, 얼굴이 작아진다는 것. 이는 2010년 자료만 봐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키와 몸무게의 변화는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다리 길이도 30년 동안 확실히 길어졌다. 20대의 경우 동일한 키의 50대에 비해 다리 길이가 평균 2㎝ 가까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은 60대가 가장 크다. 60대 여성의 경우 키는 20대보다 8㎝ 정도 더 작으면서 얼굴 수직길이는 0.5㎝ 더 길다.

/ 김민희 기자

/ 권진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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