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대교를 보고 있는 중국인 /사진=글로벌타임스
북한의 경제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북한 화교인 '조교(朝侨)'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정착하고 있다.
환구시보(环球时报)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평양에서 태어나 거주하던 중국인 톈원룽(58) 씨의 사연을 들어 이같이 보도했다.
톈원룽 씨는 지난 5월말, 평양에서 옷가지만 챙긴 채 단둥(丹东)행 국제열차에 몸을 실었다. 톈씨는 과거 친척 방문을 위해 산둥성(山东省) 옌타이(烟台)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적 있지만 이번에는 단둥에서 일자리를 얻고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이다.
톈씨는 현지에 지인 한명 없었지만 현지 일자리 중개업체의 도움을 받아 한국 식당에 취직했다. 그는 하루 12시간 접시를 닦으며 월급 1천6백위안(29만3천원)을 받는다. 이 중 담배값 100위안(1만8천원)을 뺀 나머지는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보낸다. 아내는 이미 은퇴했고 아들과 딸도 근로자이지만 공장 폐쇄로 현재 수입이 없는 상태이다.
헤이룽장성(黑龙江省) 사회과학원 다즈강 교수는 "북한의 경제상황이 나빠짐에 따라 많은 조교들이 중국 국경 인근 도시로 들어와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북한에서 외국인으로 여겨져 정부 관료나 군인이 될 수 없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국경무역을 하거나 중국 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 북한 국내 일반인보다 경제적 형편이 낫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어 월급 1천5백위안(27만원)을 버는데 이는 북한 일반인의 연봉과 맞먹는다.
톈씨는 단둥에 온지 3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이 지내고 있다. 퉁지(同济)대학교 아태연구센터 북한연구원 추이즈잉 주임은 "북한계 중국인들은 폐쇄사회에서 교육받은 탓에 비사교적이고 외부세계에 관해 말할 때 극도로 경계한다"며 "북한 관련 부문은 이들에게 북한 험담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가 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중국계 북한인들이 중국에서 현실을 깨닫고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며 "북한에 돌아갈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북한에서 생활 중인 중국계 북한인은 5천여명이며 대부분 평양과 신의주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1880년대 북한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의 3세대이다.
보도에 따르면 1880년대 산둥성에서 가뭄과 기근이 심해지자, 수천명의 현지 주민이 당시 경제사정이 좋았던 북한으로 대거 이주해 협동농장, 공장 등에서 일했다.
이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은 북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중국계 학교에서 무상 교육을 받으며 중국어와 조선어를 동시에 배웠다.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실행됨에 따라 일부는 본국으로 돌아가 현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