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기구 행정부 의존성 최고
정치권, 국회이관 목소리 솔솔
4대강 감사 결과를 두고 정치적 감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감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정치적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OECD가 발간한 ‘OECD 국가 예산체계의 법적 구조에 관한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회원국 중 최고 외부감사기구의 행정부 의존성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이 보고서는 1977년 세계감사원장대회(INTOSAI)의 ‘리마 선언’을 인용해 “최고 외부감사기구의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은 최대한 완벽을 기해야 한다”면서 “당해 기관의 기관장과 부기관장의 임명에 있어서 입법부가 주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기준에 따라 영국, 미국, 호주 등을 감사기구가 전적으로 의회를 위해 감사활동을 수행하는 모범적인 국가로 분류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국무회의로부터 독립적이기는 하지만 행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국가로 분류했다. 일본이 내각책임제 국가로 의회의 다수파가 행정부를 장악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이 감사원에 대한 행정부의 통제가 가장 강한 나라다. 한국은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임명한다.
4년의 임기가 보장됨에도 정권이 바뀐 뒤에는 감사원장이 교체되는 것이 그동안 관행처럼 돼왔다. 1993년 김영삼정부가 들어서자 김영준 감사원장이 곧바로 사퇴했고,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전윤철 감사원장이 물러났다. 이명박정부에서 임명된 양건 현 감사원장 역시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음에도 교체 논란에 시달렸다.
대통령의 입김하에 놓여 있는 감사원이 가진 권한과 역할은 다양하다 보니 정치적 도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계ㆍ재정 감사를 주 업무로 하는 최고 외부감사기구 중 공직자의 직무감찰 역할도 하는 것은 한국의 감사원뿐이다. 공직비리 근절과 행정 효율성 제고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직무감찰은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사정기능으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감사원이 행정부를 위해 감사 기능을 수행, 상대적으로 국회의 행정부 견제와 감시기능은 축소됐다. 국정감사는 그 시간적 제한과 감사 수단의 부족으로 의원들의 폭로나 기관장 윽박지르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 감사원의 국회 이관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의 개헌 논의와 맞물려 권력구조 개편뿐 아니라 감사원의 지위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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